[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전문기자] 감독은 늘 냉정한 비판, 자주 야속한 논란에 휘말리는 어려운 자리다. 많이들 참다가 “힘들다”고 말하는 감독들의 하소연은 거의 항상 안쓰럽다.
그러나 19일 ‘번트 논란’에 대해 “결과론이라 기분이 좋지 않다”고 팬들과 언론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 두산 송일수 감독의 설명에는 두번 갸우뚱하고 말았다.
첫째, 번트는 결과로 논하는 작전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둘째, 올시즌 두산의 번트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결과보다 ‘상황’이었다는 기억이 강해서다.
번트는 아웃카운트를 내던져 베이스를 얻는 결사의 전략이다. 기회를 포기하고 확률을 택하는 한 수다. 번트야 말로 과정보다 결과로 말하겠다는 선언 같은 작전이다. 결과로만 비판 받기 억울한 투수교체 타이밍, 대타 전략 등에 묻어가기에는 성격이 뚜렷하게 다른 선택이다.
타선의 특성과 마운드의 높이에 비해 두산 벤치의 번트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은 시즌 초반부터 중반을 훌쩍 넘어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벤치가 어딘가 ‘빗나간 계산’에 책임이 있는 게 맞다.
“김광현을 상대로 1점을 뽑아내는 것은 효과적인 작전”이라는 송감독의 친절한 설명은 이해하겠는데, 올해 두산 벤치의 ‘번트 의존도’가 의문을 샀던 장면들이 과연 그런 상황에서의 번트였던가, 기억과 일치하지 않는다
막상 두산의 희생번트는 19일 현재, 58개로 리그 3위권이다. 가장 많지는 않다. 그런데도 ‘번트 과다’ 비판은 본인에게 가장 많이 몰린다는 게 송감독의 억울함. 그래서 내놓은 ‘물귀신’ 항변이 “번트를 잘 안대는 팀은 삼성 정도고 나머지 팀들은 다들 많다.”
민망하지만, 삼성은 두산보다 번트가 더 많다. 19일 현재 SK에 이어 리그에서 두번째로 희생번트를 많이 기록하고 있다(61개). 그런데 송감독의 눈도 속일 만큼 왜 삼성의 번트는 튀지 않았을까. 특정 타순, 상황에 번트 작전을 충분히 쓰는 삼성은 찬스에는 확실하게 득점을 뽑아내는 ‘결과’로 강팀의 ‘조직력’을 과시하는 팀이다. 박빙 점수를 지켜낼 만한 마운드를 보유한 팀이기도 하다. 납득이 되는 그림들이어서 보는 눈들에게 많이 거슬리지 않았고, 송감독에게도 '번트에 의존하지 않는 팀'으로 인식됐다.
두산의 58개 번트는 많은 이들의 눈이 그처럼 '자연스럽게 보고 넘기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두산은 암흑기가 있던 팀이다. 꼴찌도, 꼴찌에서 두번째도 제법 해봤다. 그 시절을 견뎌내는 베어스 팬들의 뚝심에 감탄했던 적이 많다. 베어스 9년 사령탑이었던 김인식 감독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 5번째 감독 통산 400승을 돌파했을 때, 그는 승보다 패(449패)가 많은 채로 400승 포스트를 통과한 첫 번째 감독이었다. 결과만 두고 시끄러운 몰이해한 팬덤으로 감독의 오해를 받는다면, 두산 팬들이 더 억울할 것 같다.
사실 두산은 시즌 내내 4강 싸움에서 아웃된 적이 없다. 19일 4위 자리도 되찾았다. 송감독에 대한 비판이 딱히 '결과론'일 수도 없다.
'결과론'으로 공격하자면, 두산 벤치 최악의 숫자는 대타성공률이다. 두산은 대타 타율이 1할대(0.184)인 유일한 팀이다. 그러나 주변의 아우성이 대타가 아닌 번트에 집중됐던 이유, 울컥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chicleo@maekyung.com]
그러나 19일 ‘번트 논란’에 대해 “결과론이라 기분이 좋지 않다”고 팬들과 언론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 두산 송일수 감독의 설명에는 두번 갸우뚱하고 말았다.
첫째, 번트는 결과로 논하는 작전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둘째, 올시즌 두산의 번트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결과보다 ‘상황’이었다는 기억이 강해서다.
번트는 아웃카운트를 내던져 베이스를 얻는 결사의 전략이다. 기회를 포기하고 확률을 택하는 한 수다. 번트야 말로 과정보다 결과로 말하겠다는 선언 같은 작전이다. 결과로만 비판 받기 억울한 투수교체 타이밍, 대타 전략 등에 묻어가기에는 성격이 뚜렷하게 다른 선택이다.
타선의 특성과 마운드의 높이에 비해 두산 벤치의 번트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은 시즌 초반부터 중반을 훌쩍 넘어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벤치가 어딘가 ‘빗나간 계산’에 책임이 있는 게 맞다.
“김광현을 상대로 1점을 뽑아내는 것은 효과적인 작전”이라는 송감독의 친절한 설명은 이해하겠는데, 올해 두산 벤치의 ‘번트 의존도’가 의문을 샀던 장면들이 과연 그런 상황에서의 번트였던가, 기억과 일치하지 않는다
막상 두산의 희생번트는 19일 현재, 58개로 리그 3위권이다. 가장 많지는 않다. 그런데도 ‘번트 과다’ 비판은 본인에게 가장 많이 몰린다는 게 송감독의 억울함. 그래서 내놓은 ‘물귀신’ 항변이 “번트를 잘 안대는 팀은 삼성 정도고 나머지 팀들은 다들 많다.”
민망하지만, 삼성은 두산보다 번트가 더 많다. 19일 현재 SK에 이어 리그에서 두번째로 희생번트를 많이 기록하고 있다(61개). 그런데 송감독의 눈도 속일 만큼 왜 삼성의 번트는 튀지 않았을까. 특정 타순, 상황에 번트 작전을 충분히 쓰는 삼성은 찬스에는 확실하게 득점을 뽑아내는 ‘결과’로 강팀의 ‘조직력’을 과시하는 팀이다. 박빙 점수를 지켜낼 만한 마운드를 보유한 팀이기도 하다. 납득이 되는 그림들이어서 보는 눈들에게 많이 거슬리지 않았고, 송감독에게도 '번트에 의존하지 않는 팀'으로 인식됐다.
두산의 58개 번트는 많은 이들의 눈이 그처럼 '자연스럽게 보고 넘기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두산은 암흑기가 있던 팀이다. 꼴찌도, 꼴찌에서 두번째도 제법 해봤다. 그 시절을 견뎌내는 베어스 팬들의 뚝심에 감탄했던 적이 많다. 베어스 9년 사령탑이었던 김인식 감독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 5번째 감독 통산 400승을 돌파했을 때, 그는 승보다 패(449패)가 많은 채로 400승 포스트를 통과한 첫 번째 감독이었다. 결과만 두고 시끄러운 몰이해한 팬덤으로 감독의 오해를 받는다면, 두산 팬들이 더 억울할 것 같다.
사실 두산은 시즌 내내 4강 싸움에서 아웃된 적이 없다. 19일 4위 자리도 되찾았다. 송감독에 대한 비판이 딱히 '결과론'일 수도 없다.
'결과론'으로 공격하자면, 두산 벤치 최악의 숫자는 대타성공률이다. 두산은 대타 타율이 1할대(0.184)인 유일한 팀이다. 그러나 주변의 아우성이 대타가 아닌 번트에 집중됐던 이유, 울컥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chicle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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