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올림픽 영웅’ 이규혁(36‧서울시청)의 23년 스케이팅 인생은 단 네 단어로 압축된다. 6번째 올림픽에서 592번째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는 남자. 세계신기록을 3차례나 세우고도 올림픽 노메달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있는 비운의 스케이터. 이규혁이 선수 인생 마지막 레이스에서 기적을 향해 질주한다.
이규혁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열리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생애 첫 메달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500m, 1000m 출전권만 따낸 이규혁이 치르는 마지막 레이스다.
지난 11일 새벽. 이규혁은 남자 500m 출발선에 섰다. 이를 악물고 달린 그의 질주는 투혼이 깃들어 있었다. 1, 2차 합계 70초65로 성적은 18위에 그쳤지만,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레이스였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출발선에 다시 선다.
이규혁은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13세 때 처음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고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을 시작으로 20년간 6차례 올림픽에 개근했다. 1997년 1000m에서 세계기록을 두 차례 세웠고, 2001년 1500m에서도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올림픽은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에게 올림픽 메달은 없었지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규혁은 소치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기수를 맡아 가장 선봉에 섰다. 단지 나이가 가장 많은 맏형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도전 정신 없이는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없었다.
이규혁은 한국 선수들에게만 존경받는 선수가 아니다. 500m 금메달리스트인 네덜란드의 미셸 뮬더도 이규혁을 영웅으로 꼽을 정도로 그가 달려온 스케이팅 인생은 메달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의 산물이다.
이규혁이 올림픽 무대를 지키는 동안 그를 보고 성장한 후배들은 한국을 넘어 세계 빙상의 정상에 올랐다.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그들을 만든 것은 선구자로 길을 닦아놓은 이규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이규혁은 마지막 질주를 위해 다시 스케이트 끈을 질끈 조여맨다. 그는 ‘노메달 영웅’이 아닌 진정한 ‘올림픽 영웅’이다. 그가 꿈꾸는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 자체로 이미 기적은 이뤘다.
[min@maekyung.com]
‘올림픽 영웅’ 이규혁(36‧서울시청)의 23년 스케이팅 인생은 단 네 단어로 압축된다. 6번째 올림픽에서 592번째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는 남자. 세계신기록을 3차례나 세우고도 올림픽 노메달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있는 비운의 스케이터. 이규혁이 선수 인생 마지막 레이스에서 기적을 향해 질주한다.
이규혁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열리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생애 첫 메달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500m, 1000m 출전권만 따낸 이규혁이 치르는 마지막 레이스다.
지난 11일 새벽. 이규혁은 남자 500m 출발선에 섰다. 이를 악물고 달린 그의 질주는 투혼이 깃들어 있었다. 1, 2차 합계 70초65로 성적은 18위에 그쳤지만,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레이스였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출발선에 다시 선다.
이규혁은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13세 때 처음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고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을 시작으로 20년간 6차례 올림픽에 개근했다. 1997년 1000m에서 세계기록을 두 차례 세웠고, 2001년 1500m에서도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올림픽은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에게 올림픽 메달은 없었지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규혁은 소치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기수를 맡아 가장 선봉에 섰다. 단지 나이가 가장 많은 맏형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도전 정신 없이는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없었다.
이규혁은 한국 선수들에게만 존경받는 선수가 아니다. 500m 금메달리스트인 네덜란드의 미셸 뮬더도 이규혁을 영웅으로 꼽을 정도로 그가 달려온 스케이팅 인생은 메달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의 산물이다.
이규혁의 6번째 올림픽 질주. 마지막 레이스에 나서는 그의 투혼은 아름답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이규혁은 마지막 레이스를 끝으로 국가대표 스케이트를 벗는다. 그는 “마지막 올림픽에서는 즐기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메달에 대한 기적의 꿈은 놓치 않고 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4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제 꿈은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그리고 지금도…”라고 적었다.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스케이팅을 하고 있는 이유다.이규혁이 올림픽 무대를 지키는 동안 그를 보고 성장한 후배들은 한국을 넘어 세계 빙상의 정상에 올랐다.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그들을 만든 것은 선구자로 길을 닦아놓은 이규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이규혁은 마지막 질주를 위해 다시 스케이트 끈을 질끈 조여맨다. 그는 ‘노메달 영웅’이 아닌 진정한 ‘올림픽 영웅’이다. 그가 꿈꾸는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 자체로 이미 기적은 이뤘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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