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씨가 마르겠다는 하소연이 들릴 정도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던 K리거들의 중국행 러시는 마치 1990년대 초 홍명보 황선홍 최용수 등 간판스타들의 J리그행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하대성 장현수에 이어 박종우까지 중국행 대열에 합류했다. 이쯤이면 자못 심각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K리거들의 중국행 러시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진지하게 접근해보고자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된 현상이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K리그는 어떤 위치에서 어떠한 노력으로 대처해야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자주>
투자가 결실을 맺고 이미지도 바꾸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우리나라 수비수 프로필만 20~30장이 중국 대륙을 떠돌았다. K리거들을 사겠다는 중국 클럽들은 늘어나고 있고 중국으로 가겠다는 K리거들은 줄을 서고 있으니 중국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일선 에이전트의 말이다. 왜 K리그 자원들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 그는 자연스러운 시장논리를 펼쳤다. 내수시장(K리그)이 얼어붙었는데 마침 이웃나라에서 신바람이 불면서 불똥이 튀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황선대원군’ 열풍과 함께 허리띠 조르기가 대세인데 중국은 대부분의 클럽들이 앞 다퉈 ‘투자’를 외치고 있으니 선수 입장에서는 갈증을 풀어주는 오아시스와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중국리그의 과감한 투자 그리고 그 투자를 통한 성장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근 몇 년간 ACL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변화는 중국클럽들의 약진이었다. 투자의 효과가 눈으로 보였다는 뜻이다. 그러다 2013년 확실한 획이 그어졌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ACL 우승이다. FC서울을 꺾고 중국클럽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무대를 제패한 광저우는 투자가 곧 결실을 가져오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임을 입증했다.
광저우을 일컬어 ‘아시아의 맨시티’라던 수식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곱지 않은 시선이 섞인 표현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ACL 정상에 올랐으니 할 말 없는 일이 됐다. 결국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투자’가 중국 축구를 아시아 정상으로 이끌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라는 특별한 클럽의 ‘발악’이라는 평가절하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 발악이 안팎의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다. 제2의 광저우를 꿈꾸는 중국 내 다른 클럽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헝다 그룹처럼 엄청난 금액으로 콘카나 무리끼 레벨의 선수를 데려오지는 못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투자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 의지가 표출되는 곳이 바로 K리그다. 지난해 ACL에서 FC서울과 맞붙어 패했던 장쑤 세인티와 베이징 궈안이 각각 핵심플레이어였던 데얀과 하대성을 데리고 간 것은 자신들도 광저우처럼 큰물에서 놀아보고 싶은 건강한 욕심이 있는 까닭이다. 광저우 부리가 장현수와 박종우 등 국가대표급 자원을 흡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영권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축구 관계자는 “광저우에서 뛰는 김영권이 한국 선수에 대한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2013년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입단한 김영권은 2년 만에 중국대륙 최고의 수비수 반열에 뛰어올랐다. 정규리그 26경기와 ACL 14경기를 뛰면서 광저우의 2관왕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영권은 지난해 11월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슈퍼리그 2013시즌 시상식에서 ‘베스트 11’ 수비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영권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효과’가 입증되면서 이후 하대성 장현수 박종우 등 연쇄 이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몸값도 마찬가지다. 한 에이전트는 “중국으로 가는 모든 선수들이 많은 돈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그리 큰 차이 없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특A급 선수들은 8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받고 모셔가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이니 K리거들이 중국행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내 시장은 소위 ‘잭팟’을 터뜨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일본 J리그는 유망주들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니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뜩이나 이미지도 좋아졌다. 국가대표팀 자원들까지 중국으로 가고 있으니 과거처럼 낙후된 무대라는 인상도 지워지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것이 없는 일이다.
지난 1월6일 고별 기자회견에서 데얀은 왜 중국으로 떠나느냐는 질문에 “프로이기 때문에 돈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돌려 말하지 않았다. 덧붙여 “중국리그가 K리그 선수들을 흡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리그는 아시아 최고의 무대다. K리그의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자신들의 리그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로 중국의 공격적 투자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프로는 자신과 가족의 삶이 좀 더 나아지기를 원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한국과 K리그에서의 7년 동안 누구보다 행복하고 윤택한 생활을 누렸던 데얀이 ‘더 나은 곳’이라 말했다면, 분명 생각해볼 일이다.
[lastuncle@maekyung.com]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K리거들의 중국행 러시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진지하게 접근해보고자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된 현상이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K리그는 어떤 위치에서 어떠한 노력으로 대처해야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자주>
투자가 결실을 맺고 이미지도 바꾸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우리나라 수비수 프로필만 20~30장이 중국 대륙을 떠돌았다. K리거들을 사겠다는 중국 클럽들은 늘어나고 있고 중국으로 가겠다는 K리거들은 줄을 서고 있으니 중국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일선 에이전트의 말이다. 왜 K리그 자원들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 그는 자연스러운 시장논리를 펼쳤다. 내수시장(K리그)이 얼어붙었는데 마침 이웃나라에서 신바람이 불면서 불똥이 튀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황선대원군’ 열풍과 함께 허리띠 조르기가 대세인데 중국은 대부분의 클럽들이 앞 다퉈 ‘투자’를 외치고 있으니 선수 입장에서는 갈증을 풀어주는 오아시스와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중국리그의 과감한 투자 그리고 그 투자를 통한 성장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근 몇 년간 ACL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변화는 중국클럽들의 약진이었다. 투자의 효과가 눈으로 보였다는 뜻이다. 그러다 2013년 확실한 획이 그어졌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ACL 우승이다. FC서울을 꺾고 중국클럽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무대를 제패한 광저우는 투자가 곧 결실을 가져오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임을 입증했다.
광저우을 일컬어 ‘아시아의 맨시티’라던 수식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곱지 않은 시선이 섞인 표현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ACL 정상에 올랐으니 할 말 없는 일이 됐다. 결국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투자’가 중국 축구를 아시아 정상으로 이끌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라는 특별한 클럽의 ‘발악’이라는 평가절하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 발악이 안팎의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다. 제2의 광저우를 꿈꾸는 중국 내 다른 클럽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헝다 그룹처럼 엄청난 금액으로 콘카나 무리끼 레벨의 선수를 데려오지는 못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투자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 의지가 표출되는 곳이 바로 K리그다. 지난해 ACL에서 FC서울과 맞붙어 패했던 장쑤 세인티와 베이징 궈안이 각각 핵심플레이어였던 데얀과 하대성을 데리고 간 것은 자신들도 광저우처럼 큰물에서 놀아보고 싶은 건강한 욕심이 있는 까닭이다. 광저우 부리가 장현수와 박종우 등 국가대표급 자원을 흡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영권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축구 관계자는 “광저우에서 뛰는 김영권이 한국 선수에 대한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2013년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입단한 김영권은 2년 만에 중국대륙 최고의 수비수 반열에 뛰어올랐다. 정규리그 26경기와 ACL 14경기를 뛰면서 광저우의 2관왕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영권은 지난해 11월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슈퍼리그 2013시즌 시상식에서 ‘베스트 11’ 수비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영권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효과’가 입증되면서 이후 하대성 장현수 박종우 등 연쇄 이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몸값도 마찬가지다. 한 에이전트는 “중국으로 가는 모든 선수들이 많은 돈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그리 큰 차이 없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특A급 선수들은 8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받고 모셔가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이니 K리거들이 중국행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내 시장은 소위 ‘잭팟’을 터뜨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일본 J리그는 유망주들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니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뜩이나 이미지도 좋아졌다. 국가대표팀 자원들까지 중국으로 가고 있으니 과거처럼 낙후된 무대라는 인상도 지워지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것이 없는 일이다.
지난 1월6일 고별 기자회견에서 데얀은 왜 중국으로 떠나느냐는 질문에 “프로이기 때문에 돈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돌려 말하지 않았다. 덧붙여 “중국리그가 K리그 선수들을 흡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리그는 아시아 최고의 무대다. K리그의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자신들의 리그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로 중국의 공격적 투자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프로는 자신과 가족의 삶이 좀 더 나아지기를 원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한국과 K리그에서의 7년 동안 누구보다 행복하고 윤택한 생활을 누렸던 데얀이 ‘더 나은 곳’이라 말했다면, 분명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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