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칼을 뽑아들었다. 칼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은 말 많고 탈 많은 ‘심판계’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개혁 드라이브’를 선언했다. 올바른 심판을 내리기 위해 심판들부터 심판하겠다는 의지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팀이 2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도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핵심은 ‘심판 승강제’의 도입이다. 좋은 선수, 좋은 팀이 상위리그에서 뛰고 부족한 선수와 팀은 하위리그로 떨어지는 것처럼, 심판 역시 수준에 따라 활동하는 무대를 가르겠다는 것이 요지다.
회견에 참석한 정해성 신임 심판위원장은 “심판을 향한 불신을 없애야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신뢰 관계를 회복해야한다. 심판과 심판, 심판과 지도자, 심판과 구단, 심판과 선수 등 여러 관계 속에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Respect 캠페인’을 시행할 것”이라면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초석을 다진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형식적인 외침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꾀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축구협회 심판운영팀은 올해부터 ‘심판배정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누군가’가 심판을 배정하면서 들리는, 혹은 보이는 잡음을 없애기 위해 기계로 심판을 배정한다는 뜻이다. 심판들의 데이터를 프로그램에 입력해 소위 ‘뺑뺑이’로 경기에 배치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이미 완성되어 있으며 시뮬레이션 작업도 마쳤다.
‘심판 평가관 제도’도 눈에 띄는 변화다. 심판들을 평가하는 ‘심판들의 심판관’을 두겠다는 뜻이다. U리그, 챌린저스리그, N리그, K리그에 축구협회가 선임한 ‘심판 평가관’을 파견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판평가를 시행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1월20일과 21일 창원축구센터에서 ‘2014 KFA 심판평가관 세미나’를 진행했다. 참석한 78명의 심판평가관들은 이전과는 다른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았고 이례적으로 시험도 보았다.
KFA 심판위원회는 이번 세미나의 평가 자료를 토대로 심판평가관 등급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심판들을 평가하는 평가관도 급수를 매겨서 경기의 중요성에 맞도록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세미나를 이끈 김광종 심판위원회 부위원장은 “심판에게 불공정한 평가를 주면 해당 심판은 큰 타격을 입는다.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어렵지만 심판 평가관들도 투명하게 평가되어야한다”는 말로 등급제 의도를 설명했다.
심판배정 자동화 시스템, 심판 평가관 제도 등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심판 승강제’ 도입이다. 심판 평가관들이 1년 동안 각급리그에서 활동한 심판들의 점수와 교육 평가 점수 등을 합산해 다음 시즌 각급리그에서 활동할 심판 그룹을 선정한다는 게 골자다.
정해성 심판위원장은 “아마추어리그에도 젊고 유능한 심판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K리그 전임심판으로 뛰었다고 내년에도 K리그 전임심판으로 뛰는 것은 불공평한 경쟁이다. 잘하는 심판은 상급리그에서 뛰고 부족한 심판은 하위리그로 내려가는 것이 맞다”는 말로 승강제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심판계를 향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을 바꾸기 위한 길은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 밖에는 없다”라는 말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심판을 심판하겠다는 축구협회의 ‘날’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반응은 기대감이 포함된 환영일색이다. 축구계 잡음의 ‘중심지’인 심판계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협회의 이번 ‘의지’는 더욱 단호하고 연속적이어야한다. 위원장이 바뀌었다고 내뱉은 허울 좋은 공약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축구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커넥션’을 막기 위해 심판배정을 기계에 맡기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의도치 않게 특정 심판이 특정 팀 경기에 계속 배치된다면 분명 말썽의 소지가 있다”는 말로 기계이기 때문에 발생할 오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심판들의 평가와 관리도 쉬운 일은 아니다.
45명 선에서 운영되고 있는 K리그 전임심판들도 관리 감독이 어렵다. 그런데 이제는 몇 백 명의 심판들을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한다. 어려운 작업이다. 그 눈에 피로가 쌓이면 잘못 볼 수도 있고 눈을 감을 수도 있다. 이번 ‘의지’는 더 단호하고 연속적이어야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심판들을 심판하는 ‘날’은 보다 날카로워야한다.
축구인들에게 물어보면, 열이면 열 모두 한국 심판들의 수준은 아시아 톱클래스라고 입을 모은다. AFC(아시아축구연맹) 관계자들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심판들의 자질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면 결국 ‘판’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숫제 뒤엎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팀이 2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도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핵심은 ‘심판 승강제’의 도입이다. 좋은 선수, 좋은 팀이 상위리그에서 뛰고 부족한 선수와 팀은 하위리그로 떨어지는 것처럼, 심판 역시 수준에 따라 활동하는 무대를 가르겠다는 것이 요지다.
회견에 참석한 정해성 신임 심판위원장은 “심판을 향한 불신을 없애야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신뢰 관계를 회복해야한다. 심판과 심판, 심판과 지도자, 심판과 구단, 심판과 선수 등 여러 관계 속에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Respect 캠페인’을 시행할 것”이라면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초석을 다진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형식적인 외침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꾀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축구협회 심판운영팀은 올해부터 ‘심판배정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누군가’가 심판을 배정하면서 들리는, 혹은 보이는 잡음을 없애기 위해 기계로 심판을 배정한다는 뜻이다. 심판들의 데이터를 프로그램에 입력해 소위 ‘뺑뺑이’로 경기에 배치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이미 완성되어 있으며 시뮬레이션 작업도 마쳤다.
‘심판 평가관 제도’도 눈에 띄는 변화다. 심판들을 평가하는 ‘심판들의 심판관’을 두겠다는 뜻이다. U리그, 챌린저스리그, N리그, K리그에 축구협회가 선임한 ‘심판 평가관’을 파견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판평가를 시행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1월20일과 21일 창원축구센터에서 ‘2014 KFA 심판평가관 세미나’를 진행했다. 참석한 78명의 심판평가관들은 이전과는 다른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았고 이례적으로 시험도 보았다.
KFA 심판위원회는 이번 세미나의 평가 자료를 토대로 심판평가관 등급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심판들을 평가하는 평가관도 급수를 매겨서 경기의 중요성에 맞도록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세미나를 이끈 김광종 심판위원회 부위원장은 “심판에게 불공정한 평가를 주면 해당 심판은 큰 타격을 입는다.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어렵지만 심판 평가관들도 투명하게 평가되어야한다”는 말로 등급제 의도를 설명했다.
심판배정 자동화 시스템, 심판 평가관 제도 등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심판 승강제’ 도입이다. 심판 평가관들이 1년 동안 각급리그에서 활동한 심판들의 점수와 교육 평가 점수 등을 합산해 다음 시즌 각급리그에서 활동할 심판 그룹을 선정한다는 게 골자다.
정해성 심판위원장은 “아마추어리그에도 젊고 유능한 심판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K리그 전임심판으로 뛰었다고 내년에도 K리그 전임심판으로 뛰는 것은 불공평한 경쟁이다. 잘하는 심판은 상급리그에서 뛰고 부족한 심판은 하위리그로 내려가는 것이 맞다”는 말로 승강제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심판계를 향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을 바꾸기 위한 길은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 밖에는 없다”라는 말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심판을 심판하겠다는 축구협회의 ‘날’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반응은 기대감이 포함된 환영일색이다. 축구계 잡음의 ‘중심지’인 심판계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협회의 이번 ‘의지’는 더욱 단호하고 연속적이어야한다. 위원장이 바뀌었다고 내뱉은 허울 좋은 공약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축구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커넥션’을 막기 위해 심판배정을 기계에 맡기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의도치 않게 특정 심판이 특정 팀 경기에 계속 배치된다면 분명 말썽의 소지가 있다”는 말로 기계이기 때문에 발생할 오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심판들의 평가와 관리도 쉬운 일은 아니다.
45명 선에서 운영되고 있는 K리그 전임심판들도 관리 감독이 어렵다. 그런데 이제는 몇 백 명의 심판들을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한다. 어려운 작업이다. 그 눈에 피로가 쌓이면 잘못 볼 수도 있고 눈을 감을 수도 있다. 이번 ‘의지’는 더 단호하고 연속적이어야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심판들을 심판하는 ‘날’은 보다 날카로워야한다.
축구인들에게 물어보면, 열이면 열 모두 한국 심판들의 수준은 아시아 톱클래스라고 입을 모은다. AFC(아시아축구연맹) 관계자들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심판들의 자질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면 결국 ‘판’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숫제 뒤엎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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