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언제나 함께 했던 시간들을 접어 두고서….“
지난 10일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잠실구장. 경기 전 LG 훈련 시간에 정겨운 음악이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1990년대 초반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축제’가 야구장을 가득 채웠다. 평소보다 볼륨의 데시벨도 높았다.
이날 LG의 캡틴 이병규(39)는 유독 흥겹게 춤까지 추며 노래 가사를 완벽하게 따라 흥얼거렸다. 이병규는 마치 서태지로 빙의(?)한 듯 1990년대 향수에 흠뻑 빠져있었다. 천진난만한 표정은 압권. 이보다 더 즐거울 수는 없어 보였다.
아이돌 걸그룹이 득세하는 2013년 야구장에서 보기 힘든 낯선 풍경이다. 선수들의 훈련 시간에는 최신 신곡이 흘러나오기 마련. 김기태 LG 감독도 “이 노래 제목이 뭐였더라”며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김 감독도 잠시 추억을 되살렸다. 김 감독은 “그땐 인터넷도 발달되지 않아 야구 시즌이 끝난 뒤에야 서태지와 아이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TV 방송 시간과 야구 시간이 겹쳐 볼 수 없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갑자기 1990년대 히트곡이 울려퍼진 이유는 뭘까. 이병규가 직접 선곡한 쥬크박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이 듣고 싶어서”이다. LG 구단 관계자는 “이병규 선수가 직접 선곡한 것은 맞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의미심장했다.
곧이어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가 이어졌다. 뮤직비디오의 역사를 바꾼 '스릴러'는 1980년대 최고의 히트곡.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도 마이클 잭슨의 신곡이 발표될 때마다 끊임없이 재조명된 곡이다. '스릴러'는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탄생하기도 했다. 선곡의 주인공은 서용빈(42) LG 타격코치였다. 선곡 이유는 역시 “그냥 듣고 싶어서”이다. 서 코치는 “1994년을 떠올려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LG는 올 시즌 신바람 야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페넌트레이스 선두를 질주 중이다. 1994년 이후 1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노리고 있다. 또 2002년 이후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눈앞에 뒀다.
서 코치는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다. 당시 신인이었던 서 코치는 신인 최초로 사이클링히트와 신인 최다 안타(157개)를 기록했고,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후 1997, 2002년 두 차례 이병규와 함께 한국시리즈 무대를 다시 밟았다. 이병규도 1998년을 포함해 세 차례 한국시리즈를 경험했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후 10년 동안 가을야구에서 LG는 지워졌다. LG와 오버랩 되는 1990년대 음악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조계현(49) 수석코치는 “오늘 테마는 복고풍”이라며 웃은 뒤 “훈련은 최대한 즐겁게 즐기면서 해야 한다. 음악으로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2003년부터 LG 암흑의 역사와 함께 한 이대형(30)도 “가끔 이런 음악들을 들으면 좋다”고 반겼다.
이병규의 선곡 ‘마지막 축제’ 가사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겨있었는지 모른다. 이날은 팀 내 큰형 최동수(42)가 은퇴를 앞두고 팀에 합류한 날이었다. “이제 너는 떠나가네 즐거웠던 시간만을 기억해 줄래”라는 가사가 유독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994년 LG의 신바람 야구를 일으켰던 유지현(42) 수비코치는 “나는 그런 음악들이 나오고 있었는지도 몰랐는데…”라며 웃어 넘겼지만, LG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1990년대 향수에 젖고있었다. LG 구단 관계자는 “1990년대 음악이 나왔던 꼭 그때처럼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min@maekyung.com]
지난 10일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잠실구장. 경기 전 LG 훈련 시간에 정겨운 음악이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1990년대 초반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축제’가 야구장을 가득 채웠다. 평소보다 볼륨의 데시벨도 높았다.
이날 LG의 캡틴 이병규(39)는 유독 흥겹게 춤까지 추며 노래 가사를 완벽하게 따라 흥얼거렸다. 이병규는 마치 서태지로 빙의(?)한 듯 1990년대 향수에 흠뻑 빠져있었다. 천진난만한 표정은 압권. 이보다 더 즐거울 수는 없어 보였다.
1994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의 전주구장. 신인 서용빈(LG 타격코치)이 쌍방울과의 일전을 앞두고 땀에 전 훈련복을 벗고 깨끗한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재현 기자 |
갑자기 1990년대 히트곡이 울려퍼진 이유는 뭘까. 이병규가 직접 선곡한 쥬크박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이 듣고 싶어서”이다. LG 구단 관계자는 “이병규 선수가 직접 선곡한 것은 맞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의미심장했다.
곧이어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가 이어졌다. 뮤직비디오의 역사를 바꾼 '스릴러'는 1980년대 최고의 히트곡.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도 마이클 잭슨의 신곡이 발표될 때마다 끊임없이 재조명된 곡이다. '스릴러'는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탄생하기도 했다. 선곡의 주인공은 서용빈(42) LG 타격코치였다. 선곡 이유는 역시 “그냥 듣고 싶어서”이다. 서 코치는 “1994년을 떠올려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LG는 올 시즌 신바람 야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페넌트레이스 선두를 질주 중이다. 1994년 이후 1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노리고 있다. 또 2002년 이후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눈앞에 뒀다.
서 코치는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다. 당시 신인이었던 서 코치는 신인 최초로 사이클링히트와 신인 최다 안타(157개)를 기록했고,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후 1997, 2002년 두 차례 이병규와 함께 한국시리즈 무대를 다시 밟았다. 이병규도 1998년을 포함해 세 차례 한국시리즈를 경험했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후 10년 동안 가을야구에서 LG는 지워졌다. LG와 오버랩 되는 1990년대 음악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조계현(49) 수석코치는 “오늘 테마는 복고풍”이라며 웃은 뒤 “훈련은 최대한 즐겁게 즐기면서 해야 한다. 음악으로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2003년부터 LG 암흑의 역사와 함께 한 이대형(30)도 “가끔 이런 음악들을 들으면 좋다”고 반겼다.
이병규의 선곡 ‘마지막 축제’ 가사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겨있었는지 모른다. 이날은 팀 내 큰형 최동수(42)가 은퇴를 앞두고 팀에 합류한 날이었다. “이제 너는 떠나가네 즐거웠던 시간만을 기억해 줄래”라는 가사가 유독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994년 LG의 신바람 야구를 일으켰던 유지현(42) 수비코치는 “나는 그런 음악들이 나오고 있었는지도 몰랐는데…”라며 웃어 넘겼지만, LG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1990년대 향수에 젖고있었다. LG 구단 관계자는 “1990년대 음악이 나왔던 꼭 그때처럼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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