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눈웃음이 매력적인 배지현 SBS ESPN 아나운서(이하 직함생략)가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해부터 야구 전문 프로그램 진행으로 좀처럼 야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배지현은 “방송 전에 야구정보를 얻기위해 목동구장에는 자주 들렸다”며 “야구장에 ‘웬일이야’라는 시선은 싫다”며 개구지게 웃었다.
사진 촬영을 요구한 팬들과 빠짐없이 사진을 찍은 배지현은 “나를 기억해주고 반겨줘서 항상 고맙다”며 인사했다.
야구가 자신의 파트너라고 말하는 배지현의 삶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아나운서,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장래희망”
배지현은 글씨를 읽고 쓸 줄 알았을 때부터 아나운서가 장래희망이었다.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꿈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모습이 나의 이상형이었다. 친오빠가 한 명 있어 남동생처럼 커온 나로서는 단아하고 여성스럽게 비춰지는 아나운서가 여성의 모범상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학교 방송반에서 활동한 배지현은 대학교 3학년 때 아카데미를 통해 적극적으로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배지현은 “뛰어난 실력자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그 사람들도 시험에서 낙방하는 모습을 보고 포기할 뻔했다. 한때는 대기업 취업으로 목표를 바꿀까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고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들수록 강하게 마음을 먹었다. 배지현은 “1년 백수가 되더라도 해보자란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타 방송국 리포터로서 경험을 쌓으며 방송과 친해지려 노력했다. 그러던 중 김석류 선배의 광팬이었던 친오빠가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해 소개해줬고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전문성에 반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10년 겨울, 스포츠 전문채널 SBS ESPN에 입사해 올해로 3년 차인 배지현은 현재 프로야구 전문 프로그램의 메인 MC로서 활약하고 있다. 야구에 대해 술술 꿰뚫는 진행을 펼치지만 배지현에게도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다.
잠시 고개를 숙였던 배지현은 “솔직히 스포츠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실내 스포츠는 가끔 보러 갔었지만 야구는 친구들 손에 이끌려 3시간 동안 치맥(치킨과 맥주)만 먹었던 기억 뿐이었다”며 부끄러워했다. 얼굴이 빨개진 배지현은 “아나운서로서의 꿈은 이뤘으나 가장 어렵다는 야구를 맡게 돼 처음에는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할지 몰랐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배지현이 가장 먼저 찾은 이는 친오빠였다. 자주 야구장을 찾는 오빠의 도움을 받아 기본 지식을 쌓았다. 회사에서는 해설위원과 아나운서 선배들 옆에 붙어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배지현은 “익숙해지면 자연스러운데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었던 때가 있었다. 쉬운 길은 없는 것 같다. 많이 보고 접해가며 터득하면 할 수 있는데 그 당시에는 내가 어리광을 불렸던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공인이 된 삶”
방송인이 된 이후 삶이 180도 바뀌었다는 배지현이다. 배지현은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니 야구팬들이 나를 많이 알아봐 주신다. 항상 감사하지만 그 분들이 나를 알아봐주기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야구장과 근처 카페에서 배지현을 알아본 팬들이 사진 촬용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배지현의 기사는 야구를 중심으로 쓰여진다. 기사화된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네티즌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아 다양한 반응을 올린다. 응원의 메시지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악성댓글도 있다. 하지만 배지현은 “이제는 댓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바뀌었다. 야구 메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내 이미지가 곧 프로그램의 이미지라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배지현은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미스터 고’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영화 속 극중 인물에서도 아나운서로 등장한 배지현은 “존재감 없는 영화 데뷔였지만 정말 뿌듯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잠깐 스쳐지나가듯 TV 속에서만 등장했던 배지현은 “우리를 필요로 했다는 것이 가장 뿌듯했다. 특히 야구 전문 프로그램 중 대표 프로그램으로 나간 것 아니냐”며 흐뭇해했다. 이어 “고릴라가 야구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재였으나 오랜 기간 영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무슨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어하는지를 지켜보니, 나 역시 새로운 각오로 내 일을 하는데에 있어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배지현은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다고 한다. “3년 차의 부담감이 생길 때쯤 영화를 촬영했다. 후배들이 생겼기 때문에 선배로서 느끼는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그들이 나를 보고 있기에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면서 ‘노력의 원동력은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라는 걸 느꼈다. 살아온 시간들을 들여다보면 희로애락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그라운드를 돌며 현장 인터뷰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던 배지현은 “슬럼프를 이겨낸 선수들과 야구를 포기했다 돌아온 선수들이 나에게 큰 교훈을 줬다.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주저앉고 불평하기 보단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기대치에 걸맞은 아나운서로서 계속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슈퍼모델 출신이 제안하는 야구女 패션”
인터뷰 날 배지현은 평소와 다른 복장으로 목동구장에 나타났다. 흰색 티셔츠에 청조끼로 멋을 더했고, 블랙 스키니진에 분홍색 스니커즈를 신었다. 손에는 분홍색 모자가 들려 있었다. 그저 평범한 패션이었지만, 누가 봐도 깔끔하면서도 편안한 복장이었다.
2009년 슈퍼모델 출신인 배지현은 야구장을 찾는 여성팬들을 위해 야구장에서 돋보일 수 있는 패션을 제안하기 위해 직접 입고 왔다고 전했다.
배지현은 가장 먼저 진(Jean) 계열을 추천했다. “청은 질기고 터프한 것이 야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배지현은 “현장 인터뷰는 방송으로 송출되는 공식 인터뷰이기 때문에 가끔은 치마를 입었는데 확실히 불편했다. 인터뷰하면서도 불편한데 관중석에서 관람하면서 신나게 응원할 수 있는 패션은 뭐니 뭐니 해도 편안한 캐주얼이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두 번째로 제안한 패션 아이템은 모자였다. 배지현은 “모자는 다용도로 착용할 수 있다. 해가 저물기 전에는 햇빛을 막아주는 기능을 해 더위를 피할 수 있다. 또 해가 저물면 패션용으로 써서 멋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려하게 꾸미기 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최고라고 정리한 배지현은 "야구장을 찾는 여성팬들 자체가 모두 예쁘고 사랑스럽다"라며 박수를 쳤다.
“적당한 경험 No, 적합한 경험 Yes!”
배지현에게도 취업 준비생 시절이 있었다. 한 가지의 꿈을 키웠던 대학생 배지현은 원하는 직업군에 적극적으로 대시한 결과, 아나운서의 꿈을 이뤘다. 배지현은 “27살인 내가 이런 말하기엔 쑥스럽지만,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인생 후배들에게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배지현은 “일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 내 일상은 ‘야구’다. 애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막상 경기가 끝나면 내일이 기다려진다. 소소하지만 지나고 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것이 내 길이다’라고 느끼는 결정적인 이유다”고 운을 뗐다.
3년 차인 배지현은 “지나고 돌이켜 보면 2년 차였을 때가 좋았고, 2년 차 때에는 신입일 때가 행복했다며 내 자신을 설득한다. 그런데 후회해봤자 뭐하겠느냐. 결론적으로 ‘왜 그 당시에 맘껏 즐기지 못 했지’라며 후회만 할 것이다”며 “그 순간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좋은 쪽으로 본다면 빨리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화려한 경력이 담긴 이력서와 자신을 돋보이게 해주는 자기소개서에 대해 배지현은 “나도 서류심사 과정을 거쳐보니 왜 다들 열을 올리는지 이해할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한 숨을 쉰 배지현은 “사회에 나오니 이 부분이 가장 아쉽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내가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파고들어 그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이다”며 대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아나운서의 꿈은 있었으나, 명확하게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배지현은 “스포츠 아나운서의 꿈을 빨리 키웠더라면, 여행을 다니면서 미국 ESPN을 방문하고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람하고 일본 돔구장을 찾는 등 국내 프로야구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해외야구 뿐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 경기장에 자주 찾아 경기를 보며 현장감도 익히고 지식을 쌓았더라면 좀 더 빨리 야구와 친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생긴다"며 나아가 "대학생이기에 체험의 기회가 훨씬 많다.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구단 알바, 인턴 기자, 기록 및 심판 자격증까지 다양하게 부딪히면서 전문성을 키웠더라면 지금의 나의 모습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설명했다.
배지현은 자신이 후회하고 있기에 인생의 후배들이 자신과 같지 않길 바랐다. 배지현은 “목표를 삼고 그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당부했다.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배지현은 매 경기 기호화된 야구 기록을 쉽게 판독하기 위해 지난 3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최하는 기록원과정에 직접 신청했다. 당시 이 과정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8시간 만에 신청이 마감됐고 이중 350명이 최종 등록됐다. 배지현은 "현장에 가니 관계자 분이 '방송인은 무료다'라고 해서 내 대신 다른 한 분을 충원했다고 들었다. 나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아 다행이다"며 충실히 기록원 과정을 마쳐 당당히 수료증을 받았다.
배지현은 “나태해지지 않도록 일부러 시험을 봤고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겨울에 유일하게 공부할 시간이 있다. 이번에는 심판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gioia@maekyung.com]
지난해부터 야구 전문 프로그램 진행으로 좀처럼 야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배지현은 “방송 전에 야구정보를 얻기위해 목동구장에는 자주 들렸다”며 “야구장에 ‘웬일이야’라는 시선은 싫다”며 개구지게 웃었다.
사진 촬영을 요구한 팬들과 빠짐없이 사진을 찍은 배지현은 “나를 기억해주고 반겨줘서 항상 고맙다”며 인사했다.
야구가 자신의 파트너라고 말하는 배지현의 삶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배지현 아나운서는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초등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방송반 활동을 해왔다. 사진=옥영화 기자 |
배지현은 글씨를 읽고 쓸 줄 알았을 때부터 아나운서가 장래희망이었다.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꿈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모습이 나의 이상형이었다. 친오빠가 한 명 있어 남동생처럼 커온 나로서는 단아하고 여성스럽게 비춰지는 아나운서가 여성의 모범상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학교 방송반에서 활동한 배지현은 대학교 3학년 때 아카데미를 통해 적극적으로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배지현은 “뛰어난 실력자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그 사람들도 시험에서 낙방하는 모습을 보고 포기할 뻔했다. 한때는 대기업 취업으로 목표를 바꿀까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고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들수록 강하게 마음을 먹었다. 배지현은 “1년 백수가 되더라도 해보자란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타 방송국 리포터로서 경험을 쌓으며 방송과 친해지려 노력했다. 그러던 중 김석류 선배의 광팬이었던 친오빠가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해 소개해줬고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전문성에 반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10년 겨울, 스포츠 전문채널 SBS ESPN에 입사해 올해로 3년 차인 배지현은 현재 프로야구 전문 프로그램의 메인 MC로서 활약하고 있다. 야구에 대해 술술 꿰뚫는 진행을 펼치지만 배지현에게도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다.
잠시 고개를 숙였던 배지현은 “솔직히 스포츠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실내 스포츠는 가끔 보러 갔었지만 야구는 친구들 손에 이끌려 3시간 동안 치맥(치킨과 맥주)만 먹었던 기억 뿐이었다”며 부끄러워했다. 얼굴이 빨개진 배지현은 “아나운서로서의 꿈은 이뤘으나 가장 어렵다는 야구를 맡게 돼 처음에는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할지 몰랐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배지현이 가장 먼저 찾은 이는 친오빠였다. 자주 야구장을 찾는 오빠의 도움을 받아 기본 지식을 쌓았다. 회사에서는 해설위원과 아나운서 선배들 옆에 붙어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배지현은 “익숙해지면 자연스러운데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었던 때가 있었다. 쉬운 길은 없는 것 같다. 많이 보고 접해가며 터득하면 할 수 있는데 그 당시에는 내가 어리광을 불렸던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배지현 아나운서는 아나운서가 된 이후 삶에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방송인이 된 이후 삶이 180도 바뀌었다는 배지현이다. 배지현은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니 야구팬들이 나를 많이 알아봐 주신다. 항상 감사하지만 그 분들이 나를 알아봐주기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야구장과 근처 카페에서 배지현을 알아본 팬들이 사진 촬용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배지현의 기사는 야구를 중심으로 쓰여진다. 기사화된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네티즌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아 다양한 반응을 올린다. 응원의 메시지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악성댓글도 있다. 하지만 배지현은 “이제는 댓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바뀌었다. 야구 메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내 이미지가 곧 프로그램의 이미지라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배지현은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미스터 고’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영화 속 극중 인물에서도 아나운서로 등장한 배지현은 “존재감 없는 영화 데뷔였지만 정말 뿌듯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잠깐 스쳐지나가듯 TV 속에서만 등장했던 배지현은 “우리를 필요로 했다는 것이 가장 뿌듯했다. 특히 야구 전문 프로그램 중 대표 프로그램으로 나간 것 아니냐”며 흐뭇해했다. 이어 “고릴라가 야구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재였으나 오랜 기간 영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무슨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어하는지를 지켜보니, 나 역시 새로운 각오로 내 일을 하는데에 있어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배지현은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다고 한다. “3년 차의 부담감이 생길 때쯤 영화를 촬영했다. 후배들이 생겼기 때문에 선배로서 느끼는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그들이 나를 보고 있기에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면서 ‘노력의 원동력은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라는 걸 느꼈다. 살아온 시간들을 들여다보면 희로애락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그라운드를 돌며 현장 인터뷰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던 배지현은 “슬럼프를 이겨낸 선수들과 야구를 포기했다 돌아온 선수들이 나에게 큰 교훈을 줬다.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주저앉고 불평하기 보단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기대치에 걸맞은 아나운서로서 계속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2009년 슈퍼모델에 뽑힌 배지현 아나운서는 야구장을 찾는 여성팬들을 위해 센스있는 패션을 제안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인터뷰 날 배지현은 평소와 다른 복장으로 목동구장에 나타났다. 흰색 티셔츠에 청조끼로 멋을 더했고, 블랙 스키니진에 분홍색 스니커즈를 신었다. 손에는 분홍색 모자가 들려 있었다. 그저 평범한 패션이었지만, 누가 봐도 깔끔하면서도 편안한 복장이었다.
2009년 슈퍼모델 출신인 배지현은 야구장을 찾는 여성팬들을 위해 야구장에서 돋보일 수 있는 패션을 제안하기 위해 직접 입고 왔다고 전했다.
배지현은 가장 먼저 진(Jean) 계열을 추천했다. “청은 질기고 터프한 것이 야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배지현은 “현장 인터뷰는 방송으로 송출되는 공식 인터뷰이기 때문에 가끔은 치마를 입었는데 확실히 불편했다. 인터뷰하면서도 불편한데 관중석에서 관람하면서 신나게 응원할 수 있는 패션은 뭐니 뭐니 해도 편안한 캐주얼이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두 번째로 제안한 패션 아이템은 모자였다. 배지현은 “모자는 다용도로 착용할 수 있다. 해가 저물기 전에는 햇빛을 막아주는 기능을 해 더위를 피할 수 있다. 또 해가 저물면 패션용으로 써서 멋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려하게 꾸미기 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최고라고 정리한 배지현은 "야구장을 찾는 여성팬들 자체가 모두 예쁘고 사랑스럽다"라며 박수를 쳤다.
배지현 아나운서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인생 후배들에게 "원하는 분야를 찾아 그에 적합한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조언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배지현에게도 취업 준비생 시절이 있었다. 한 가지의 꿈을 키웠던 대학생 배지현은 원하는 직업군에 적극적으로 대시한 결과, 아나운서의 꿈을 이뤘다. 배지현은 “27살인 내가 이런 말하기엔 쑥스럽지만,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인생 후배들에게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배지현은 “일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 내 일상은 ‘야구’다. 애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막상 경기가 끝나면 내일이 기다려진다. 소소하지만 지나고 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것이 내 길이다’라고 느끼는 결정적인 이유다”고 운을 뗐다.
3년 차인 배지현은 “지나고 돌이켜 보면 2년 차였을 때가 좋았고, 2년 차 때에는 신입일 때가 행복했다며 내 자신을 설득한다. 그런데 후회해봤자 뭐하겠느냐. 결론적으로 ‘왜 그 당시에 맘껏 즐기지 못 했지’라며 후회만 할 것이다”며 “그 순간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좋은 쪽으로 본다면 빨리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화려한 경력이 담긴 이력서와 자신을 돋보이게 해주는 자기소개서에 대해 배지현은 “나도 서류심사 과정을 거쳐보니 왜 다들 열을 올리는지 이해할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한 숨을 쉰 배지현은 “사회에 나오니 이 부분이 가장 아쉽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내가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파고들어 그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이다”며 대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아나운서의 꿈은 있었으나, 명확하게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배지현은 “스포츠 아나운서의 꿈을 빨리 키웠더라면, 여행을 다니면서 미국 ESPN을 방문하고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람하고 일본 돔구장을 찾는 등 국내 프로야구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해외야구 뿐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 경기장에 자주 찾아 경기를 보며 현장감도 익히고 지식을 쌓았더라면 좀 더 빨리 야구와 친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생긴다"며 나아가 "대학생이기에 체험의 기회가 훨씬 많다.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구단 알바, 인턴 기자, 기록 및 심판 자격증까지 다양하게 부딪히면서 전문성을 키웠더라면 지금의 나의 모습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설명했다.
배지현은 자신이 후회하고 있기에 인생의 후배들이 자신과 같지 않길 바랐다. 배지현은 “목표를 삼고 그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당부했다.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배지현은 매 경기 기호화된 야구 기록을 쉽게 판독하기 위해 지난 3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최하는 기록원과정에 직접 신청했다. 당시 이 과정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8시간 만에 신청이 마감됐고 이중 350명이 최종 등록됐다. 배지현은 "현장에 가니 관계자 분이 '방송인은 무료다'라고 해서 내 대신 다른 한 분을 충원했다고 들었다. 나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아 다행이다"며 충실히 기록원 과정을 마쳐 당당히 수료증을 받았다.
배지현은 “나태해지지 않도록 일부러 시험을 봤고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겨울에 유일하게 공부할 시간이 있다. 이번에는 심판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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