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희망을 운운할 수 있는 경기는 이렇게 뛰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적어도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원정에서의 대전은 절망적이라는 표현이 넘쳐나던 그들을 향한 시선에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희망을 제시한 경기였다.
대전이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1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반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골을 뽑았으나 후반 동점골을 허용해 1-1 무승부에 그쳤다. 그러나 ‘그쳤다’는 표현보다는 ‘일궜다’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경기내용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 있던 대전이 벼랑 끝 승부 같던 전북 원정에서 희망을 말했다. 모두를 향해 ‘아니다’라고 말하는 외침이 들렸다. 사진(전주)= 김재현 기자 |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김인완 대전 감독의 경질설이 암암리에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17라운드 부산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무실점 경기를 펼친 끝에 0-0 무승부를 거두자 잠시 수면 위로 가라앉는 듯했다. 부산전이 끝나고 김인완 감독은 “후반기 나아가야할 희망을 보았다”는 말로 고무적이라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곧바로 다음 라운드인 13일 울산 원정에서 대전은 0-2로 완패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 대전에게 16일 전북 원정은 마치 벼랑 끝 승부 같은 경기였다. 또 다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김인완 감독이 말하는 희망은 고문이 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동국의 8경기 연속득점의 희생양이라는 불명예를 쓸 수도 있던 경기였다.
그 절박한 상황 속에서 대전은 이전과는 다른 경기력을 보였다. 이동국의 기록을 함께 의식해서인지 다소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던 전북을 맞아 대전은 확실히 정신력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는 의지가 눈에 보였다. 그 노력은 이른 시간 선제골로 이어졌다.
전반 14분 전북 지역 오른쪽에서 허범산이 올린 코너킥을 정석민이 헤딩으로 연결하면서 최은성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선제골을 뽑아냈다. 선수들이 기뻐 펄쩍펄쩍 뛸 때 벤치의 김인완 감독은 두 팔을 아래로 내리면서 침착할 것을 지시했다. 끝까지, 제대로 한 번 임해보자는 각오였다.
이후에도 대전은 여느 때와는 달랐다. 수비는 단단했고 주앙 파울로와 플라타를 중심으로한 역습은 꽤나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적어도 이런 경기력이라면, 18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점 9점 획득에 그칠 수준은 아니었다.
‘다른 대전’의 힘은 동점을 허용한 뒤의 플레이에서 더 잘 드러났다. 후반 11분, 전북의 외국인 공격수 레오나르도가 공을 가로챈 뒤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시도한 과감한 오른발 감아차기가 골포스트를 스치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질 수 있는 전북으로서는 천금 같은 동점골이었다.
반대로 대전은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러나 대전은, 이전까지의 시간과 별 다를 바 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역습의 빈도도, 날카로움도 전반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만약 마냥 내려앉아 지키려는 경기를 펼쳤다면 뒤집힐 수도 있었던 흐름이다. 대전이 승부를 지켜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피하지 말고 싸워보자’던 전의였다.
결국 대전은 전북의 파상공세를 끝까지 막아내면서 1-1 무승부를 지켰다. 언급했듯 자신들의 찬스까지 만들어내면서 충분히 박수 받을 내용을 선보였다. 이쯤이면, 희망을 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투지가 늘 답이 될 수는 없겠으나 기본적인 전의가 부족했던 대전으로서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몸으로 말하던 ‘아니다’는 외침은 결국 값진 결과를 만들어냈다. 전북전 승점 1점은 단순한 무승부가 아니었다. 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단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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