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투수 류제국은 ‘승부남’으로 통한다. 류제국이 선발 등판하는 날에는 LG의 승리 방정식이 100% 성립되고 있기 때문. ‘승리를 부르는 남자’로 불리는 이유다.
이날 류제국으 예상을 깨고 마운드에 올랐다. 당초 외국인선수 레다메스 리즈의 등판 가능성이 더 높았다. 류제국은 1군 합류 후 곧바로 선발로 투입됐고, 정상 로테이션에 합류했지만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팔꿈치 수술 이후 부상 재발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다. LG 코칭스태프도 류제국의 등판 일정과 투구수에 민감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상대한 롯데는 최근 LG와 함께 돌풍을 일으키며 상승세에 있던 팀. 잠실구장에는 두 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평일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2만5000명이 넘는 구름 관중이 몰리기도 했다. 롯데는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을 내세우며 첫 경기의 중요성을 내비쳤다.
류제국의 이날 등판은 코칭스태프와의 신뢰감에서 비롯됐다. 김기태 LG 감독은 류제국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기대 이상의 피칭을 하고 있다는 것. 김 감독은 “생각보다 정말 잘해주고 있다. 투구수 100개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더 오버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이어 “류제국 본인도 자신이 있다고 해서 믿고 맡겼다”고 덧붙였다.
류제국에 대한 강한 믿음이다. 토종 에이스로서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날 류제국은 7이닝 4실점했다.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했지만, 투구 내용은 가장 좋았다. 7회까지 볼넷 없이 단 2개의 안타(1홈런)만 허용하며 1실점했다.
3실점을 한 아쉬운 8회 등판은 류제국의 선택이었다. LG 벤치에서는 투수 교체를 하려고 했다. 불펜에서도 계투진이 몸을 풀고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차명석 투수코치는 류제국의 의사를 존중했다. 에이스에 대한 대우다. 또 믿음이 없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류제국은 “내가 고집을 부렸다”고 했다.
류제국의 교체 타이밍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LG 벤치도 아직 류제국의 상태를 확신할 수 없다. 이날은 류제국이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날이었다. 한계 투구수와 이닝수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이기도 했다.
LG는 추격점을 허용한 무사 만루 상황에서도 류제국에게 마운드를 맡기는 모험을 감행했다. LG 벤치에서 버리지 않은 것은 마운드 위 에이스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든든한 불펜에 대한 신뢰도 포함됐다. 결국 LG는 지키는 야구로 롯데를 잡고 50일 만에 3위로 점프했다.
선발로서 7이닝을 확실하게 책임진 류제국은 꾸준히 진화하며 에이스 본능을 찾아가고 있다. 그 뒤에는 LG 코칭스태프의 에이스급 대우가 있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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