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마지막 원정길이었다. 이번엔 다르다며 그렇게 벼르던 최강희 감독이었다.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겠다“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그게 되풀이되고 있다. 해외만 나가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최강희호였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무서운 건 흘러가는 경기 흐름까지 판박이였다는 것이다.
최강희 감독이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뒤, 한국은 밖에 나가 A매치 6경기를 치렀다.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4경기, 평가전이 2경기(중립지역 개최)였다. 성적표는 형편없다. 1승 2무 3패다. ‘F’학점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눈에 봐도 저조하다.
최강희호는 매번 나사가 빠진 듯 불완전했다. 경기 내용도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다. 귀국하면 축하세례보다 비난세례가 더 많았다. 이번 레바논전도 다르지 않았다. 주도권을 쥐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으며 골포스트 불운에 시달렸다고 하나, 누구라도 흡족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치우의 극적인 골이 없었다면 비판 강도는 더욱 거세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골마저 수비벽을 맞고 굴절돼 들어가는 행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건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최강희호는 밖에 나가면 이상하리만치 법칙을 그대로 따랐다.
6경기 모두 실점을 했다. 안정된 무실점 경기는 1번도 없었다. 게다가 항상 먼저 골을 내줬다. 선제골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지만 정작 선제골의 주인공은 상대팀이었다. 이에 휘말리면서 경기를 그르친 게 많았다.
레바논전에서도 한국은 예외없이 전반 12분 하산 마툭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이로 인해 힘겹게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굳이 화살을 상대를 향할 필요가 없다. 태극전사들은 조급해 했고 집중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그리고 실점 장면은 리플레이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 지겨울 정도다. 세트피스 수비마다 무너졌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6실점을 했는데, 5골을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허용했다. 카시모프 우즈베키스탄 감독의 말처럼, 한국을 상대로 골을 넣기 가장 좋은 방법은 세트피스였다. 세트피스 수비를 할 때마다 불안감을 노출했던 한국은 아니나 다를까, 레바논전에서도 또 세트피스 과정에서 골을 먹혔다. 틀린 문제를 매번 틀리고 있는 아주 나쁜 습관이다.
그렇다고 학습 방법이 잘못된 건 아니었다. 진단은 잘 됐다.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열공모드’로 준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번 시험을 치르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마지막 원정길을 앞두고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나타냈으나, 이번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최강희호의 원정 부진은 끝내 치유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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