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3일 진천선수촌에서 첫 소집훈련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예비엔트리 16명 가운데 김선형, 최부경(이상 SK), 이종현(고려대)을 제외한 13명이 입촌했다. 이날 유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만큼 진지했다.
이번 대회는 최근 위기에 빠진 한국농구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또한 상위 3위 팀까지 내년에 열리는 스페인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유 감독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유독 신경을 많이 쓰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번 대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목표를 우승으로 단정 짓지 않았다. 단지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확보가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아직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유 감독의 고민의 시작은 높이와 해결사의 부재다. 히든카드는 이승준과 문태영. 이승준은 대표팀 경험과 높이, 문태영은 포워드에서 확실한 득점을 해줄 카드다.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상 최종엔트리에 귀화혼혈선수가 1명밖에 포함될 수 없어 이승준과 문태영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유 감독은 “문태영이 얼마나 따라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적응 여부에 따라 최종적으로 결정하 것”이라면서도 “수비가 좀 안되더라도 공격력이 월등하다면 문태영으로 갈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승준에 대해서도 “높이와 스피드가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버릴 수 없는 카드”라고 덧붙였다.
유 감독이 최종 결정을 내릴 시점은 다음달 6일 대만에서 열리는 윌리엄존스컵. 유 감독은 “존스컵에 이승준과 문태영을 모두 데려갈 생각이다. 실전 경기를 통해 누가 더 도움이 될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은 높이가 아니다. 공격과 수비에 있어서 어디에 무게를 실을지에 대한 결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 감독은 높이가 아닌 한국의 강점인 ‘스몰농구’에 집중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 감독은 “높이와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며 “승부는 공‧수 모두 앞선 농구로 걸어야 한다. 앞선 자원이 풍부하고, 다행히 센터진도 스피드가 있어서 빠른 농구를 할 수 있다. 슛의 정확도가 문제”라고 이번 대표팀 전략을 공개했다.
유 감독이 유독 이번 대회의 의미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유 감독은 “지금은 정말 중요한 시기다. 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이 모두 맞물려 있다. 세대교체 시기이기도 하지만, 신구조화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며 “분명한 것은 농구인들이 개인 욕심을 버리고 대표팀만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안겼던 유 감독이 국제대회 첫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유 감독의 머리는 지금 복잡하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유 감독은 소속팀 모비스를 내려놓고 국가대표 사령탑 모드로 완벽히 전환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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