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을 막아라'…단일화 목소리 내는 체육회장 후보들

이기흥, 고정적으로 40% 표 확보 예상…출마 의사 밝힌 후보 7명
단일화 무산되면 이기흥 3선 유력…'사법 리스크'도 변수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의 3선 도전을 비판하며 단식 투쟁을 벌였던 박창범(55)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반이기흥 연대'를 이룬 체육회장 선거 출마자들의 단일화를 촉구했습니다.

박 전 회장은 오늘(16일) "존경하는 후보님들, 구호만을 외칠 때가 아니라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스포츠 대통령'을 뽑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치러집니다.

현재까지 출마 의지를 보인 인물은 박 전 회장을 포함해 8명으로 역대 최다입니다.

이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박 전 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이 출사표를 밝혔습니다.

박 전 회장은 이 회장의 3선 도전 철회를 주장하며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11일 동안 서울시 송파구 대한체육회 앞에서 단식 투쟁했습니다.

진종오 의원, 단식 투쟁 중인 박창범 전 협회장 방문/사진=연합뉴스

당시 강신욱 명예교수를 비롯해 강태선 회장, 유승민 전 회장 등이 박 전 회장의 '단식 텐트'를 방문해 자연스럽게 '반이기흥 연대'가 이뤄졌습니다.

박 전 회장은 "국민과 체육인 모두가 이기흥 회장을 바꾸라고 요구한다. 만약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아 이기흥 회장이 3연임 한다면, 그것은 우리 후보들의 잘못이라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안 전 시장도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내일(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할 예정인 안 전 시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열린 마음으로 이를 주도할 계획이다. 단일화로 대한체육회 변화를 끌어내고 체육계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습니다.

체육계는 숱한 논란에도 대의원들이 뽑는 실제 체육회장 선거에서는 이 회장이 고정적으로 40% 안팎의 표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머지 7명의 선거 출마자가 입후보 후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이 회장의 당선이 유력한 구도입니다.

취재진 만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사진=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1일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 사적 사용 등을 이유로 이 회장을 수사 의뢰하고 직무 정지를 통보했습니다. 한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12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 회장의 3번째 임기 도전 신청을 승인했습니다.

아직 이 회장이 정식으로 3선 도전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24∼25일로 예정된 후보 등록으로 3선 도전을 공식화하면 나머지 7명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체육회장 후보 단일화의 가장 큰 변수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입니다.

이 회장은 직원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 진천선수촌 시설 관리업체 입찰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중입니다.

만약 형사 처벌을 받는다면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해 완주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주요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는 수그러들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한편 체육회장 출마자들이 단일화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로는 기탁금이 거론됩니다.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관리 규정에 따르면,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면 7천만원을 기탁해야 합니다.

선거가 끝난 뒤 기탁금을 반환받는 조건은 ▲ 당선인이 된 경우 ▲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을 득표 ▲후보자의 사망 등 세 개입니다.

군소 후보는 체육회장 선거에서 득표율 20%를 기록하지 못하면 기탁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ikoto2306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