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영아 수면용 제품. 영아 체중과 유사한 모형을 눕혀 등받이 각도를 쟀더니 요람 44도, 쿠션 25도입니다. 미국은 영아 질식 사고를 피하기 위해 각도를 10도 이하로, 호주는 7도 이하로 규정해 놓는데, 이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습니다.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를 이렇게 경사진 곳에서 재우면 머리가 앞으로 숙여지면서 기도를 압박하게 됩니다. 또 몸이 쉽게 뒤집어져 입과 코가 침구에 막히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1세 이전의 영아가 예상치 못하게 사망하는 이른바 '영아 돌연사 증후군'의 주요 원인이기도 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영아수면용 3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7개 제품에서 이런 위험 요소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대상이었던 요람 제품 10개 중 기준 미충족 제품은 10개로 모두 해당했으며, 쿠션류 제품에 10개 중에선 총 7개가 기준을 미달했습니다.
기사 댓글 캡처
그러자 누리꾼들은 "아기 용품 규정 마련해야 할 듯", "안전 규정 제대로 만들고 검증된 제품만 팔게 해라"면서 미국과 호주와 달리 우리나라엔 아기 수면용품의 등받이 각도 관련 규정이 미흡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실제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에 따르면 유아용 침대와 바운서의 등받이 각도를 80도 이하로만 규정하고 있고 쿠션, 베개에 대한 규정은 아예 없는 실정입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바운서에 그렇게 눕혀놨었는데 순하다고만 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갑갑했을까 싶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자책하는가 하면, "아기를 재울 땐 평평하고 딱딱한 재질에 눕혀야 한다", "등 안 배기는 요에 수건 접어서 베개 만들어 눕히면 최고다. 그렇게 키웠는데 두상도 예쁘고 잘 컸다", "뒤집기 시작할 때부터는 아기 침대에 깔개 하나만 놓고 침대에 아무것도 안 놔두는 게 최고", "난 두상 포기하고 안전을 택함. 수건을 접어 베개로 해줬다", "옆으로 재우는 베개나 푹신한 쿠션 같은 거 다 위험하다" 등 다들 각자의 재우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자료사진 = MBN
그렇다면 신생아를 재우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정자세로 누워 자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양무열 소아과 전문의는 "똑바로 천장을 보고 누워 자는 게 좋다"며 "엎드려 재우거나 옆으로 세워서 모로 재우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고, 김이경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신생아는 뒤집지 못하니까, 눕혀 놓는 대로 있는 거라서 등을 대고 자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양 전문의는 적절한 베개 사용도 강조했습니다. 양 전문의는 "너무 푹신한 베개를 쓰면 좋지 않다. 딱딱한 베개를 쓰는 게 좋다"며 "딱딱한 매트리스가 좋다. 너무 두꺼운 담요도 좋지 않다"고 조언했습니다. 김 교수도 "베개는 너무 푹신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수건'을 베개로 사용한다는 댓글 내용와 관련해선 김 교수는 "보통 무언갈 푹신하지 않게 해서 머리 아래에 넣어주는데, 수건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양 전문의는 "신생아가 엄마, 아빠와 같은 이불을 덮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엄마, 아빠가 움직이거나 잠꼬대하면 신생아가 눌릴 수도 있어서 가까이 말고 떨어져서 자는 게 좋다"고 부연했습니다. 아울러 "인형, 쿠션 등을 머리 주위에 두면 얼굴을 덮쳐서 안 좋을 수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도 "엎어 재우는 것은 영아 돌연사 증후군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로 잘 알려져 있다"며 "옆으로 재우는 아기가 똑바로 눕혀 재우는 아기보다 영아돌연사증후군이 발생할 위험이 2배가 더 높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납작하지 않은 이른바 '짱구 두상'을 만들기 위해 옆으로 눕혀 재우거나 엎드려 재우는 경우에 대해선 "절대 안 된다. 아기가 깨어 있을 때는 괜찮지만 재울 때는 꼭 똑바로 누워서 재워야 한다"며 두상이 걱정될 경우엔 "아기 눕히는 위치를 상하로 180도씩 자주 바꾸어 주거나 여러 방향에서 아기를 부르고 물체를 보여주고, 아기의 장난감이나 모빌의 위치를 정기적으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고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 지침 참고로 작성된 자료에는 ▲반드시 천장을 보는 자세로 똑바로 눕혀서 재울 것 ▲아기만 따로 재우되 침대를 부모 가까이에 둘 것 ▲아기를 재우는 요나 이불은 너무 부드럽지 않고 약간 딱딱한 것을 사용할 것 ▲아기가 잠자는 장소에는 질감이 너무 부드러운 베개, 쿠션, 커다란 인형 등을 두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시중에 판매되는 영아 수면용품 상당수는 바닥 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경사졌기 때문에 신생아의 자세를 정자세로 못 만들어 질식사고를 유발한다는 겁니다.
한성준 한국소비자원 제품안전팀장
한성준 한국소비자원 제품안전팀장은 "등받이 각도가 10도를 초과한 제품은 수면을 연상시키는 광고 내용의 삭제와 수면용이 아니라는 주의사항을 표시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가기술표준원은 올해 하반기까지 영아 수면제품에 대해서 안전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사망 원인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영아 돌연사 증후군으로 인해 사망한 영아는 총 27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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