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이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하는 등 학폭 피해자의 고통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 기관 푸른나무재단은 오늘(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전체 학생의 3.5%가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초등학교가 4.9%로 가장 높았고 중등 1.7%, 고등 1.2%였습니다.
피해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으로 인한 고통 정도를 질문한 결과 64.1%가 "고통스러웠다"고 응답했습니다.
2017년 이후 같은 문항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습니다.
학폭 피해로 인한 자살·자해 충동 경험률은 2021년 26.8%, 2022년 38.8%, 2023년 39.9%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가 잘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피해 학생은 과반수(52.2%)로, 그 비율이 전년(34.5%)의 1.5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오늘(24일)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학교폭력 실태조사 기자회견 발언 중인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 / 사진=연합뉴스
재단의 학폭 상담 전화 중 법률상담 요청 비율은 10년 전의 2.9배인 11.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쌍방 신고를 중심으로 법적 분쟁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할 때 가해자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겠다며 '맞불 신고' 행위를 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부모 대상 인식 조사 결과, 피해 학생 보호자의 40.6%가 "가해 학생 측으로부터 쌍방 신고를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재단은 피해 학생 보호자의 정서적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도 커 제도적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 학생 보호자의 98.2%가 '우울, 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했고, '경제적 부담을 경험했다'(75.2%), '본인 또는 배우자의 생업에 지장을 경험했다'(73.4%)는 응답도 많았습니다.
회견에 참석한 학폭 피해자 어머니 김 씨는 "아이의 상태가 불안하다 보니 잠시라도 집을 비울 때면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아이의 회복을 돕고자 생업도 중단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학폭은 피해 학생뿐 아니라 가정의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린다"며 "학폭 피해 가족의 고통을 지원할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오늘(24일)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학교폭력 실태조사 기자회견 발언 중인 박길성 재단 이사장 / 사진=연합뉴스
재단은 조사 결과를 바탕, SNS상 사이버폭력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책임도 촉구했습니다.
심층 인터뷰 대상자 상당수는 사이버 폭력, 특히 사이버 성폭력이 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학교폭력의 98%가 사이버폭력과 연동됐고, 플랫폼 기업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사이버 폭력이 교묘한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들이 사회적 비판을 적극 수용하고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재단은 구체적으로 플랫폼 기업이 유해 콘텐츠를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투자를 강화하고, 유해 콘텐츠 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관 협동 핫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전국 초·중·고교생 8천590명, 올해 5월 22일부터 6월 28일까지 보호자(학부모) 38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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