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관계 아니라고 판단"…항소심에서 징역 3년 감형
약혼녀의 동생을 성폭행하고, 합의를 강요한 30대가 오랜 법정 끝에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늘(11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과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게 징역 3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A씨는 술을 마신 뒤 잠이 든 약혼녀의 동생을 추행하고, 잠에서 깬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는 1심에서 준강제추행 사실만 인정하고 강간 혐의는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구체적인 점과 사건 직후 피해자가 피고인 등과 나눈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1심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범행 경위와 수법을 볼 때 그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오히려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족을 이용해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결과가 되어 2차 피해를 일으켰다"고 덧붙였습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으나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는 없다고 판단해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았습니다.
춘천지법·서울고법 춘천재판부 / 사진=연합뉴스
A씨의 항소로 열린 2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 간 친족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 언니의 교제 과정과 거주 형태 등을 볼 때 객관적으로 민법상 부부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 생활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다만 준강제추행과 강간죄는 인정된다고 판단해 1심 형량보다 낮은 징역 3년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성적 불쾌감이 상당한 수준임에도 피고인은 강간 범행을 계속해서 다퉜다. 피해자가 원심 법정에서 증언해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오랫동안 피해자에게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재판 중에 여러 형태의 2차 가해를 가한 게 분명한 사건"이라며 "뒤늦게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그 진정성 등을 참고했을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습니다.
A씨는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은 고통이 너무 크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나 실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자리에서 A씨를 구속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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