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가슴이 잘린 채 사망한 여고생의 가족이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광주지법은 오늘(29일) 사망한 여고생의 오빠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계엄군의 폭행으로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국가가 A씨에게 2,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씨의 여동생 손옥례 양은 1980년 당시 취업을 준비하던 고등학생이었습니다.
5월 19일 아버지의 꾸지람을 받고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는데, 그 뒤로 다시 귀가하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사라진 손 양을 찾으려 광주 곳곳을 누볐지만, 실종된 지 8일이 지난 날 사망자 명단 속에서 손 양의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광주지방검찰청에 사망자의 신원정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검찰청에서 사망자 명단 속 손 양의 이름을 발견한 겁니다.
신원 정보에는 검시사진도 첨부돼 있었는데, 손 양은 왼쪽 가슴이 자창과 함께 잘려나가 있었습니다.
당시 광주지검 공안부의 검시조서에는 "왼쪽 가슴에 날카로운 것으로 찌른 상처와 골반부 및 대퇴부에 여러 발의 총탄이 관통했다"고 기록돼 있었습니다.
손 양의 아버지는 딸의 시신을 보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고, 이후 술로 하루하루를 버티다 1년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손 양의 어머니 또한 딸의 사망 소식에 사지가 경직되는 등 이상 증세가 생겼는데, 호전되지 못한 채 반신불수로 6년 동안 고생만 하다 세상을 등졌습니다.
가족 중 3명이 5·18 관련으로 사망한 겁니다. 이들은 모두 5·18묘지에 안장됐습니다.
손 양이 아닌 또 다른 A씨의 남동생은 5월 18일 교회를 다녀오다 계엄군에 붙잡혀 온몸이 멍에 들 정도로 구타를 당했으며, 후유증으로 간질 증세를 보이면서 군인들만 보면 싸우려 들었습니다.
A씨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신경증성 우울증 등에 시달리며 지금까지도 일상 생활과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신 장애인으로 등록됐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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