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채 30m 후진 운전한 50대…항소심 유죄

법원, 변속기 레버 작동 방식에 주목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취한 채로 운전대를 잡고 30m가량 후진한 50대 남성 A 씨에게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 사건은 A 씨가 차량을 조작할 의도가 있었는지의 여부와 관련한 판단이 엇갈리면서 판결이 번복됐습니다.

오늘(7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밤 울산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 1대가 인도까지 올라와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경찰관이 출동해 운전자인 50대 A 씨 음주 여부를 측정했더니 면허취소 기준(0.08% 이상)을 훌쩍 넘는 혈중알코올농도 0.118%였습니다.

수사기관은 A 씨가 술을 마신 채 아파트 주차장에서 30m가량 차를 몰아 후진한 것으로 보고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 씨가 차량을 조작할 의도가 없었는데 차량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당일 대리기사가 차를 몰아 아파트 주차장에 정차하고 떠난 후 A 씨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로부터 40분가량 차량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점, 이후 차량이 후진하기 시작했는데 A 씨가 운전대 방향으로 고개를 떨군 채 조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점 등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특히 A 씨는 차량이 후진해 인도에 걸친 상태에서도 경찰관이 출동할 때까지 그대로 있었던 점 등을 볼 때 A 씨가 처음부터 운전할 의도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봤습니다. A 씨가 운전석에 있다가 의도치 않게 변속기 레버를 후진 쪽으로 당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에어컨을 조작하려다가 실수로 변속기 레버를 건드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는 해당 차량 변속기 레버 구조상 A 씨가 의도적으로 후진 기어를 넣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해당 변속기 레버는 주차 즉, 'P'에서 후진 'R'로 직선 형태로 한 번에 움직여지지 않는 '⊃'자 형태 동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P'에서 'R'로 레버가 움직이려면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조작해야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시간 정차, 인도 위 정차 등 다소 비정상적인 운행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음주 영향으로 분별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였기 때문이지 운전할 의도가 없어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