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안에서 숨진 가족
지난 주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12일 충북 영동군의 한 캠핑장에서 60대 할아버지와 50대 할머니 그리고 5살 손자가 텐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겁니다. 텐트 안에는 숯불난로를 피운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11일엔 경기도 여주시 캠핑장에서도 5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부가 텐트 안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본 목격자가 119에 신고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부부의 텐트 안에도 화로대 위에 숯불이 피워져 있었습니다.
두 사망 사고의 원인은 '일산화탄소'로 추정됩니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부족한 공간에서 나무나 석유, 석탄 등 연료가 타는 불완전연소로 발생합니다. 색도 없고 향도 없어 인간의 감각으로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일산화탄소는 산소를 옮기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힘이 강해 체내에 산소 공급을 막는데, 일산화탄소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지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일산화탄소 사고가 발생한 무주군 주택의 보일러 (연합뉴스)
집에서도 일산화탄소 조심
소방청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일산화탄소 사고로 119에 신고한 건수가 471건이라고 밝혔습니다.
난방용품을 사용하는 12월~2월 사이에 사고가 자주 일어났는데, 전체 신고 가운데 반 이상(54.7%)이 겨울철에 몰렸습니다. 일산화탄소 중독 물질은 가스류가 33.3%로 가장 많았고 석탄류가 32.5%, 목재류가 30.4%로 뒤를 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주로 캠핑장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캠핑장은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주거시설이 62.6%로 압도적으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텐트(20.8%)가 다음을 차지합니다.
사고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화목난로처럼 직접 불을 피우는 난로를 쓰지 않는 주택도 일산화탄소로부터 안전할 수 없습니다. 보일러에서 가스가 나와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전북 무주군의 단독주택에서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일가족 5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80대 할머니와 딸과 사위, 손녀가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경찰은 연통과 보일러 사이 접합부에 틈이 생겨 이 사이로 일산화탄소가 나온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보일러에서 나온 일산화탄소가 서서히 집 전체로 퍼졌고 일가족이 목숨을 잃은 겁니다.
보일러 점검 방법 (산업통산자원부, 한국가스안전공사)
숙박업소에서도 주의
주택이 위험하다면 숙박업소에서도 안심할 수 없겠죠. 지난 2018년 강릉의 한 펜션에 머물던 고등학생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고 중태에 빠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수능이 끝난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일어난 비극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집과 숙박업소와 같은 실내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18년 강릉 펜션 사고를 계기로 법이 개정돼 2020년부터 가스보일러 제조사 등이 숙박시설과 주택 등에 가스보일러 판매할 때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포함해 팔아야 합니다. 또 숙박업소들은 보일러를 새로 설치하지 않더라도 모두 경보기를 달도록 했죠.
하지만 보일러를 새로 설치한 집이 아닌 이상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또 의무적으로 경보기를 달아야 하는 숙박업소 중에도 이를 설치하지 않아 단속에 걸리기도 하죠.
만약 집에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없다면 올겨울이라도 설치하는 게 좋습니다. 2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제품도 있고 천장에 붙이기만 하면 돼 설치도 편합니다. 설치할 때 위치도 잘 고려해야 하는데 천장에 달 때는 벽 바로 옆이 아니라 방 가운데에 설치하는 게 좋습니다. 벽에 설치할 때는 천장에서 20cm 정도 아래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합니다.
또 날씨가 부쩍 추워지고 보일러를 틀기 시작하는 이맘때 보일러를 점검해야 합니다. 보일러와 연통이 잘 결합이 돼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외부에 있는 연통 배기구가 까치집 등 이물질로 막혔거나 찌그러져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더 좋은 방법은 업체 등을 통해 전문가를 불러 점검을 받는 방법입니다.
숙박업소에 갔는데 보일러실이 외부가 아닌 실내와 바로 연결된 베란다 등에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이때 보일러실에 창문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열어둬야 합니다. 만약 창문이 없다면 보일러와 연통이 잘 연결됐는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또 여행을 갈 때 휴대용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챙겨가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캠핑을 즐길 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텐트 안에서 불을 피울 때는 꼭 주기적으로 환기를 하고 주변에 휴대용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해야 합니다. 경보기가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해 2개를 챙겨가 설치하면 좋습니다. 당연히 불을 피우고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하면 안 됩니다. 잠을 잘 때는 화목난로, 등유난로 등 난방용품을 꼭 밖에 두고 잠을 청해야 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추운 겨울에 난방용품 하나 없이 밖에서 잠을 자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겨울철엔 캠핑은 밖에서 즐기고 잠은 주변 숙소나 집으로 돌아가 자는 게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안전한 선택입니다.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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