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발전으로 언론 분야에서도 AI 활용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MBN에서는 챗GPT를 활용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보는 [일문Chat답]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사고와 논쟁들을 AI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일문Chat답]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범죄자 신상공개 기준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찰이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한 건 2010년.
초등학생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을 저지른 김수철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4명의 이름, 얼굴, 나이가 공개 됐습니다.
최근 신상이 공개된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2023년 4월, 강남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이경우(35), 황대한(35), 연지호(29) ▲2022년 12월, 동거녀와 택시 기사 살해 사건 피의자 이기영(31) ▲2022년 9월,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해 사건 피의자 전주환(31) ▲2022년 1월 전여자친구 살인사건 조현진(27) ▲2022년 1월 계곡살인사건 이은해(31) 조현수(30)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 남편 살인 사건 고유정,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n번방' 개설자 문형욱, 전 여자친구 스토킹 살해 김병찬, 전 여자친구 가족 살해 이석준,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이승만·이정학 등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반면 시민사회와 피해자들의 요청에도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못한 사건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지하주차장에서 전 연인을 보복 살인한 사건 ▲4개월 영아를 방치해 사망하게 한 사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가둬 사망하게 한 사건 등이 있습니다.
같은 강력범죄를 저질러 신상공개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겁니다.
신상공개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MBN은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합리적인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범죄자의 인권과 개인정보 보호도 고려돼야"
사진 = 챗GPT 캡처
챗GPT는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범죄의 성격이나 위험성, 대중에 대한 위협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신상정보 공개는 법적 규정과 정책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법과 정책이 공개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답변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범죄자의 인권과 개인정보 보호도 고려돼야 한다"는 문장입니다.
챗GPT는 "범죄자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범죄 예방과 사회 안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무죄추정의원칙과 신상공개의 '줄다리기'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에서는 범죄자 신상 공개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헌법 제27조 제4항에 따라 검찰에 의해 기소된 형사 피고인, 수사 단계에 있는 형사 피의자 모두 무죄로 추정됩니다.
챗GPT가 언급한 '피의자의 인권과 개인정보 보호'가 이 조항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한 '예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중요한 헌법상의 원칙이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추가 범행을 방지하기 위해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상공개 기준을 확대하는 등 개선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검토해야 합니다. 챗GPT의 답변처럼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거죠.
현재 신상공개 기준의 한계점은?
현재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하는 법률은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범죄특례법 두 개 뿐입니다.
특정 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살펴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인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 신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성폭력 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 신상을 공개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신상 공개 기준 자체가 주관적이라는 겁니다.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 '충분한 근거'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라는 기준 자체가 불분명합니다.
두 법률의 신상 공개 대상과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성범죄와 강력범죄 이외에는 신상 공개가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으로 넘어가면 1심과 2심에서 중형이 선고돼도 최종심 판결이 날 때까지 신상을 공개할 수 없습니다.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 / 사진 = 연합뉴스, 서울경찰청
신상 공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공개된 사진과 실제 모습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신상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될 때 얼굴을 공개하는데, 그때 당사자가 동의하면 체포 후 촬영한 머그샷(mug shot·인상 착의 기록 사진)을 찍어 공개하지만, 거부하면 신분증 증명사진을 공개합니다.
여기서 피의자에게 동의를 구한다는 점 자체가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신상공개 확대 신속하게 추진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 사진 = 대통령실 제공
신상공개 기준에 대한 지적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기준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고, 여당도 신상공개 기준 완화와 대상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조만간 법안 개정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 공개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 여러 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입니다.
각 법안은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 시 30일 이내의 얼굴 공개 ▲얼굴 공개 시 마스크 착용 금지 ▲수사 과정에서 촬영한 최근 얼굴 공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아동학대 살해 피의자와 장애인 학대 범죄 가해자 등 신상공개 대상을 확대하는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입니다.
여론에 휩쓸린 단발성 대책이 아닌 국민들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고 '범죄 예방'이라는 취지에 맞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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