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갈아입자마자 몽둥이로 구타"...'학생 삼청교육대' 43년 만에 수면 위로

온갖 트집 잡아 때리고 늘 배고픔 시달려
피해자 김모 씨 "살면서 이렇게 맞은 적 없어...학생 삼청교육대 실체 널리 알려지길"

43년 전 학생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김모(61) 씨의 일화가 공개됐습니다.

김 씨는 14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버스 안에서 총을 든 군인들이 창밖을 보지 말고 고개를 숙이라고 해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버스에 함께 탄 이들도 하나같이 앳된 얼굴의 학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훈련장에 도착해 군복으로 갈아입은 순간부터 총을 찬 군인들이 몽둥이로 마구 때렸다. 눈 감고 귀 막고 그렇게 매질을 당했다"면서, "연병장으로 가는 계단을 기어서 내려가라고 시키고는 느리다고 또 때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확인한 삼청교육대 강제 입소 학생 600여 명 가운데 한 명으로, 고등학교 재학 중 삼청교육 대상자로 신고당해 피신하다 경찰에 붙잡혔고, 약 한 달간 유치장에 구금됐습니다. 그는 버스에 실려 18살의 나이로 강원도 화천 오음리의 제11공수여단 62연대 산하 유격훈련장에 입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교육은 구타로 시작됐습니다. 군인들이 기합 소리가 안 맞거나 목소리가 작다는 등 온갖 트집을 잡아 마구 때렸습니다.

김 씨는 "살면서 그렇게 맞은 적이 없었다"며 "정말 잊을 수 없는 악몽"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퇴소하고 20년이 지나 우연히 그 중대장을 만났는데 단번에 알아봤다"며 "트라우마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를 보자마자 갑자기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늘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던 것도 김 씨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김 씨는 "한 어린 학생이 식당에서 고기 몇 점을 집어 주머니에 몰래 넣고선 잔뜩 경계하는 얼굴로 화장실 가서 먹는 걸 봤다"며 "지금도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김 씨는 지난해 6월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삼청교육이 중대한 인권침해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실화해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는 "이번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으로 1980년대 전두환 군부 정권이 자행한 학생 삼청교육대의 실체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