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훔쳐온 '고려 불상' 소유권은?…1심 "부석사", 2심은 "일본 절"

【 앵커멘트 】
고려시대 때 왜구에 약탈당해 일본 대마도의 한 절에 있었던 금동불상을 절도범이 훔쳐 다시 한국으로 가져왔는데, 소유권을 놓고 법적 다툼이 6년째 이어졌습니다.
1심 판결에서는 소유권을 주장하는 한국의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는데, 오늘 열린 항소심에서는 이를 뒤집고 일본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왜 이렇게 결과가 뒤바뀌었을까요?
장진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2012년 절도단이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서 훔쳐 온 금동관음보살좌상.

당시 충남 서산 부석사는 이 고려 불상 안에서 발견된 결연문을 토대로 소유권을 주장했습니다.

결연문에는 1330년경 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인 서주에 있는 부석사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한다고 명시돼 있었습니다.

2017년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부석사의 소유권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반환을 결정한 정부 측 소송대리인인 검찰이 결연문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며 항소했고

일본 관음사도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에 뛰어들었습니다.

6년 넘게 이어진 법적 다툼 끝에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일본의 소유권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부석사가 불상을 제작한 건 사실이지만 당시 부석사와 현재 부석사가 같은 종교 단체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특히 일본 관음사가 불상을 문제없이 갖고 있었고 20년 취득시효가 지나 소유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부석사 측은 반발하며 상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인우 스님 / 부석사 전 주지
- "용기 있는 대한민국의 판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상근 / 서산 부석사 불상 제자리 봉안위원장
- "부석사를 발굴 조사를 해서라도 반드시 관련된 증거를 찾아서 현재 부석사가 과거의 부석사와 동일하다는 것을…."

불상 소유권은 넘어갔지만 재판부가 문화재 반환 문제는 유네스코 협약과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혀 실제 반환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고려 불상의 소유권을 놓고 벌어진 법정 싸움은 세 번째 마당에서 다시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장진철입니다. [mbnstar@mbn.co.kr]

영상취재 : 박인학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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