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명예퇴직한 전직 간부를 한국공항공사 전략기획본부장(상임이사)으로 임명하려 해 공사 노조가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7일 산하 공공기관 퇴직자의 자회사·유관기관 재취업을 통한 부당 거래 행위를 막겠다던 국토부가 '내로남불'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노조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 가운데 국토부 출신 낙하산 인사가 본부장급으로 내려온 적이 없다는 점을 상기하며 현 정권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30일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열어 공사 본부장으로 재취업하려는 국토부 전직 공무원 A씨에 대한 '취업 불허'를 촉구했다. 국토부 기술직(토목) 공무원으로 도로·철도분야에서 주로 근무한 A씨는 지난 7월 말 명예퇴직을 하면서 부이사관(3급)에서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했다.
공사 노조는 "항공분야 공기업의 상임 본부장 자리는 세계 공항들과 경쟁하는 전문성의 끝이라고 할 만큼 극도의 경험이 요구되는 직책"이라면서 "항공분야의 문외한인 비전문가를 본부장으로 내정한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김포공항 등 전국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같은 공항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달리 유독 국토부 출신 낙하산이 많았다.
지난 3월 이미애 공사 전략기획본부장(상임)이 부사장으로 자체 승진하기 전까지 부사장 자리는 주로 국토부 차지였다. 낙하산 일색이던 부사장 자리가 14년 만에 내부 직원으로 충원되고, 전략기획본부장까지 내부 직원으로 채워질 것으로 기대했던 공사 직원들은 국토부가 또 다시 자리를 노린다는 소식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공사 노조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퇴직한 공직자는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하였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취업심사대상기관 간 밀접한 관련성이 없는 경우에 한해 관계기관에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면서 "이러한 원칙을 피하기 위해 아예 항공분야의 문외한을 상임본부장 자리에 보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사 직원들은 국토부가 A씨를 공사 전략기획본부장으로 내려보낸 뒤 내년 상반기 임기가 만료돼 공석이 되는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사실상 부사장 자리를 다시 꿰차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석범 한국공항공사 노조 위원장은 "LH, 도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철도공사 등 다른 주요 공기업 어디에서도 비전문가인 본부장이 상급기관에서 내려오거나 내정된 적이 없다"면서 "국회(국정감사)와 국토부 등을 상대로 낙하산 인사가 근절될 수 있도록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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