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상륙했던 역대 태풍 중 가장 강력할 것이라고 전망해온 제 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후 동해로 빠져나가면서 사실상 한반도가 영향권에서 벗어난 가운데 기상청 예보관들 사이에서는 "이런 태풍은 처음 본다"는 이례적인 반응이 여러번 나왔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먼저 힌남노는 태생부터 특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힌남노는 지난달 28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남동쪽 1280km 해상에서 태풍으로 발달했다. 이곳은 '북위 26.9도', '동경 148.6도'로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한 첫 '슈퍼태풍'이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인 곳에서 발생한다. 적도는 전향력이 '0'이기 때문에 태풍이 발생하지 못하고 남·북위 5도 이상에서만 태풍이 발달한다.
즉 '북위 5도 이상인 북서태평양 저위도의 따뜻한 바다'가 곧 태풍의 발생지이며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태풍이 역사적으로 볼 때 강력하다. 하지만 '힌남노'는 이러한 법칙을 깼다.
![태풍 `힌남노`의 위력으로 거세진 파도가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양포항 바닷가를 덮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22/09/06/202020109249.jpg)
태풍 `힌남노`의 위력으로 거세진 파도가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양포항 바닷가를 덮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현재 일본 남쪽 해상까지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29~30도로 높다. 우리나라 남해상 해수면 온도도 26~28도로 평년 온도를 1도 정도 웃돈다. 높은 해수면 온도는 힌남노가 '초강력 태풍'으로 세력을 키우고 '매우 강한 태풍'으로 세력을 유지하며 우리나라까지 북상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세계적으로 연평균 5.3개씩 카테고리 5급 태풍이 발생하는데 8월 말이 돼서야 처음 카테고리 5급 태풍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힌남노는 지난달 30일 오후 9시 일본 오키나와 동쪽 560㎞ 해상서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이 각각 915hPa(헥토파스칼과) 55㎧를 기록하며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해 1일 오후 3시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550㎞ 해상에 이를 때까지 초강력 태풍을 유지했다.
힌남노가 남서진하는 가운데 세력을 유지한 것도 이전 다른 태풍과는 다른 모습이다.
심지어 힌남노는 서진 중에 뒤늦게 발생한 제12호 태풍 무이파를 흡수해 몸집을 키우기까지 했다. 또한 북진하면서 정체당시 일시적으로 약화했던 세력을 다시 키우기도 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6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주변이 월파 피해를 입어 처참한 모습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22/09/06/220029002002.jpg)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6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주변이 월파 피해를 입어 처참한 모습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높은 해수면 온도와 함께 힌남노 진로 서쪽과 동쪽에 자리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힌남노의 저기압성 회전을 강화해줬기 때문이다.이렇게 세력을 키운 힌남노는 온전한 세기를 유지한 채 이날 오전 4시 50분께 경남 거제시 부근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부산 동북동쪽 10㎞ 지점을 지날 때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이 각각 955hPa와 40㎧였다. 중심기압만 보면 1959년 사라나 2003년 매미 만큼 강한 세력으로 상륙했다. 사라와 매미가 상륙했을 때 국내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중심기압 최저치가 각각 951.5hPa와 954hPa다. 이후 힌남노는 오전 7시10분께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 이르게 동해상에 진출한 것이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이름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라오스, 캄보디아 등 14개 태풍위원회 회원국이 제출한 이름을 토대로 정해진다. 힌남노는 라오스가 제출한 이름으로, 캄무안에 있는 국립공원 '힌남노 국립자연보호구역'에서 따왔다. 현지어로 '돌가시나무 새싹'이라는 뜻이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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