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을 계기로 대한변호사협회가 조사에 나선 결과, 변호사에 대한 신변위협 사건 4건 중 1건이 법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지난 27일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총괄심의관 등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설문결과를 전달했다. 변협에서 진행한 변호사 신변위협 사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뢰인, 소송 상대방 또는 단체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신변에 위협을 받은 일이 있다고 한 사람 가운데 27.53%가 법원에서 위협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법정에서 변호사석과 방청석이 가깝게 위치하기 때문에 상대 측으로부터 위협을 자주 받았다는 게 설문조사 결과다. 실제로 방청석에 있던 상대방 측 가족이 변호사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헤드록'(두 팔로 상대의 머리를 안아 죄는 레슬링 기술)을 걸었던 피해 사례가 조사됐다. 방청석에 같이 앉아있던 상대방 측으로부터 변호사가 등을 가격당한 일도 있었다.
법정에서 소동이 발생할 경우 법원 측에서 곧바로 경찰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게 변호사들 불만이다. 재판부가 입정하는 어수선한 순간 변호사가 주먹으로 맞았는데도 주의만 줬다는 사례도 있었다.
변호사들이 법정보다 더 위험한 곳이라고 꼽는 곳은 법원 복도나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이다. 특히 재판이 끝난 후 다같이 퇴정하다보니 복도에서 변호인을 에워싸고 위협한 사건도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가 심각한 신변위협을 받을 경우 재판부 퇴정로를 통해 나갈 수도 있지만 미봉책이란 지적이다.
변협 관계자는 "법보다 폭력이 더 가까운 사례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내용을 법원에 전달했다"며 "위협을 받으면 변호사들이 위축이 되고 결국 사법제도에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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