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 입양아 학대 사건과 관련해 1심 재판부가 가해 양부모에게 집행유예 선고를 내리면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의사회와 시민사회단들은 입양아동 대한 심각한 학대가 있었는데도 재판부의 처벌이 가벼워 자칫 '제2, 제3의 정인'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의사회가 이례적으로 재판부를 공개 비판해 눈길을 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22일 창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지방법원 김모 판사는 아이에게 사과하고 판사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소아청소년의사회는 "아동학대 범죄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가해자들로부터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는 경우 과거 '정인이 사건' 사례에서 보듯이 결국 사망에 이르러서야 끝난다"며 "1심 재판부는 천인공노할 극악무도하며 반복된 범죄행위에 대해 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도 모자라 부모가 아이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가정 복귀를 암시했다"고 성토했다.
의사회는 또 "아동학대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어떻게 피해 아동의 삶을 평생 망가뜨리는 중범죄인지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없다면 함부로 법대에 앉아서 판결봉을 휘두르지 말라"면서 "판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법대에 앉아 정의를 집행하겠다고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를 비롯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한국 청소년복지학회, 한국사회복지사 협회 등 아동청소년 단체들도 기자회견과 성명을 발표하고 해당 판결을 내린 판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또다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라는 말을 반복하지 않고 아이를 구할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며 "해당 재판부는 솜방망이 판결을 철회하라. 아이의 안전(생명)이 최우선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청소년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22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김해 아동 학대사건의 재판 결과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지난 17일 창원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는 입양한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군 양부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재범예방 강의 4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김해에 사는 초등학생 A 군(13)은 11살이던 지난 2020년 12월 양부모로부터 폭언에 시달리고 한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원룸에 방치돼 화장실 수돗물을 마시거나 찬물에 목욕하는 등 학대를 당했다며 지구대에 신고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번 사건 재판과정에서 A군과 양부모를 영구 분리 조처하는 파양이 필요하고, 양부모에 대해 강력 사건에 준하는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한바 있다.
이에 대해 창원지법 관계자는 "판결 양형 이유 중 피해아동의 정서적 치유를 위해 보호기관과 전문가와의 협의 하에 피고인들의 꾸준히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한 것은 피해아동의 가정복귀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며 "피해 아동이 보호기관에서 생활할지 가정으로 복귀할지 여부는 형사재판의 재판장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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