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2022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일반고의 경우 10개 학급 중 7개꼴로 이과반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이과 쏠림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자사고 28개교와 2022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10명 이상 배출한 일반고 24개교 등 52개교를 조사한 결과 올해 3학년 총 564개 학급 가운데 387학급(68.6%)이 이과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과반은 수능 선택과목 기준으로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급이다. 사회탐구를 선택한 문과 학급은 177개 학급으로 전체의 31.4%에 그쳤다.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전북 상산고와 강원 민족사관고, 문·이과 구분 없이 학급을 운영하는 서울 현대고와 경기 안산동산고는 이번 분석에서 제외됐다.
앞서 2015학년도 수능 자료를 보면 자사고와 2022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배출 상위권 일반고에서 문과반은 46.3%, 이과반은 53.7%로 거의 반반이었다. 8년 사이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쏠림' 현상이 가시화된 것이다.
지역별·학교 체제별로 살펴보면 전국단위 자사고 8곳은 8년 사이 이과 비율이 59.0%에서 69.7%로 높아졌고, 서울소재 자사고 또한 55.7%에서 68.6%로 높아졌다. 지방 소재 자사고는 이과 학급 비율이 69.9%에서 81.6%로, 서울대 합격자 수 상위 24개 일반고는 50.5%에서 66.5%로 늘었다.
학교별로 보면 북일고·휘문고·공주사대부고(각 83.3%), 세화고(81.8%), 해운대고(90.0%) 등의 이과 학급 비율이 80%가 넘었다.
이처럼 고교 상위권의 이과 선호 현상이 뚜렷하지만 상위권 대학들은 문과 선발 비율이 더 높아 '미스매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의 문·이과 선발비율은 문과 51.9%, 이과 48.1%로 문과 선발비중이 높다. 하지만 문과 학과들의 취업난으로 의약학 계열의 인기가 올라가는 상황에 더해, 향후 반도체 관련 학과가 증설되면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쏠림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게 전망이 나온다.
문과에 비해 선발인원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과 쏠림이 심화하는 것은 인문·사회계열 전공생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이른바 '의치한약수'(의예과·치의예과·한의예과·약학과·수의예과) 전공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통합 수능에서 미적분 등 이과 선택과목이 고득점에 유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실제로 문이과 통합수능 시행 이후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문과 합격 점수가 대폭 하락하고 있다"며 "이과 쏠림 현상에 대한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구조조정과 발전 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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