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휴대전화 속 '고통 속에 죽어'…인천 고교 기숙사서 학폭 정황

학부모 통해 알려져…학교측 '관리감독 부실' 지적도

인천에 위치한 모 고등학교의 기숙사에서 동급생 간의 상습적인 학교폭력이 일어났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학부모들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안 교육 당국은 해당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습니다.

오늘(9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모 고등학교는 지난달 27일 입소생인 1학년 A(16)군의 학부모를 통해 기숙사 내 학교폭력 정황을 처음으로 인지했습니다.

앞서 A군을 포함한 학생 4명의 학부모는 지난달 외부에서 진행된 학생 참가 행사를 참관하던 과정에서 또래 간의 괴롭힘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 자녀 휴대전화 등을 확인한 후 학교 측에 이러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들이 확인한 학기 초부터 최근까지의 휴대전화 대화엔 '미안해. 자살하고 싶어'라는 A군의 메시지에 가해자로 지목된 B(16)군이 '해. 웃지 말고 XXX'라며 '고통 속에 죽어가게 해야 됨. 너 같은 XXX XX는'이라고 답한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또 B군이 A군에게 '친구 옷 살 때도 엄마가 XXXX 사준다고 하면 일진한테 꼽 먹을까봐 XXX 매장 가는 XXX벌레'라고 욕설을 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이 기숙사 방 내부에서 찍은 약 6분 분량의 영상엔 B군이 침대에 있던 A군에게 심한 욕설을 하며 펜을 던지거나 목덜미를 세게 누르는 장면도 담겼습니다.

B군은 A군이 다른 친구에게 'B군이 내 시험 답안지를 본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이같이 행동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가해자로 지목된 B군 등 2명은 본인들도 이들 가운데 1명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며 쌍방 피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양측을 상대로 진술서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상 학기 초반부터 학생 사이의 갈등이 이어졌음에도 학교 측은 인지조차 하지 못해 밀폐된 공간인 기숙사 내에서의 학교 폭력이 방치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사안을 파악한 후 이들을 분리 조치하기로 결정했으나, 30일에 해당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학부모는 "오랜 기간 대범하게 학교 폭력이 이어진 것은 학교 측의 기숙사 관리가 전무했다는 것인데 어떻게 아이들을 믿고 보낼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학교 측은 지난 4월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에서 별다른 피해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이러한 정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이번 사안에 연루된 학생 6명의 반 교체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기숙사 운영 학교들은 학교폭력 교원 연수를 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사감 교사가 순찰 등을 통해 학교폭력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방 안에서 암암리에 발생하는 사안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지난해부터는 기숙사에서 학교폭력 체크리스트를 각 학교에 보내 수시로 학생상담을 하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학교폭력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기숙사 내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