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대만인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5번의 판결 끝에 징역 8년형을 확정 받았다. 상습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도 형량은 줄지 않았다.
9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 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53)의 재상고심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11월 6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에서 제한속도 시속 50㎞를 초과해 약 시속 80㎞로 차를 몰다가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B씨(당시 28세)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79%로 취해 발음이 부정확하고 보행상태가 비틀거리며 술 냄새가 많이 나는 등 정상적으로 운전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차량 정지신호를 무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가 2012년과 2017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8년을 선고했고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심 판결 이후 도로교통법 중 2회 이상 적발된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윤창호법)이 과잉 처벌이라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해당 판결을 파기했다.
파기환송으로 다시 열린 2심에서 검찰은 위헌 결정이 나온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관련 가중처벌법 대신 일반 처벌 조항을 적용하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파기환송 전 1·2심과 같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형량을 다시 정하는 데 있어 음주운전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이 매우 높은 범죄로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우선해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징역 8년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만이 상고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에 환송한 경우 환송 후 원심 법원은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상 파기된 환송 전 원심 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을 뿐이지, 동일한 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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