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손님이 한 명도 안 오는 기라."
31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근처 상권에서 1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 중이라는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19가 터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게를 접을까 생각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A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됐으니 해수욕장까지 정식 개장하면 그래도 매출이 좀 나오지 않겠느냐"며 "올여름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A씨의 진한 사투리에서는 은근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부산 지역 해수욕장들이 내달 초 시범 개장을 앞둔 것과 관련, 지역 상권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거리두기 해제 후 첫 여름 휴가철이 목전에 다가온 만큼 상인들은 한동안 없었던 매출을 다시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부산시와 해운대구 등에 따르면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은 내달 2일 부분 개장하고 손님맞이에 들어간다. 휴가철이 본격 시작되는 오는 7월 1일 정식 개장에 앞서 시범적으로 운영에 나서는 것이다.
부분 개장 기간에는 해수욕장에 망루와 부표 등 안전시설이 설치된다. 물놀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즐길 수 있지만, 파라솔은 설치되지 않는다. 파라솔 등 각종 피서 용품 대여 서비스는 정식 개장일부터 가능하다.
이날 해운대·송정해수욕장 인근에선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곳곳에 있는 낡은 카페와 음식점은 수리·리모델링 되고 있었고, 간판을 교체하거나 안내 표지판을 새로 붙이는 등의 작업도 부지런히 이뤄지고 있었다.
31일 오후 부산 송정해수욕장. [이상현 기자]
송정해수욕장 앞의 한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 B씨는 "가게를 찾아오는 소비자들에게 음료·주류를 일부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기획 중"이라며 "(해수욕장 개장은) 참 반가운 신호"라고 말했다.올여름에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 등으로 중단·취소됐던 여러 행사와 축제도 이뤄질 예정이다.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비치시네마'와 송정해수욕장의 '송정 별·바다 축제'가 계획되어 있다. 노래와 마술 등 각종 버스킹도 재개될 전망이다.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반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후 전반적인 피서객 수가 감소한 데다 영업시간·인원 제한 등 방역수칙으로 매출이 급감한 탓이다. 해수욕장이 개장하면 지역 상권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정해수욕장 근처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C씨는 "오션뷰(바다가 보이는) 객실로 여름 장사를 해왔는데 감염병이 터지고 매출이 3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젊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을 찾아오면 손님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인근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D씨는 "해수욕장이 가까운 점포는 밤에 주류와 담배가 잘 팔린다. 컵라면 등 야식거리도 제법 나가는 편"이라며 "얼마나 (매출이) 늘어날지는 모르지만, 늘어난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최근 '2022년 해수욕장 운영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해수욕장 개장에 대비해 준비에 들어갔다. 해운대와 송정을 시작으로 송도, 광안리, 다대포, 일광, 임랑 등 총 7곳의 문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본격적인 일상 회복과 함께 부산의 해수욕장을 찾는 방문객의 숫자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양한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통해 관광도시 부산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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