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시비로 이웃집 일가족 3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한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가족은 형량이 낮다며 불만을 표시했고, 범행 당시 부실 대응을 한 경찰관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27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49)에게 이 같이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바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5시 5분께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 3층에서 B씨와 그의 남편,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B씨는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은 뒤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의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쳐 전치 3∼5주의 병원 진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래층에 사는 피해자들이 고의로 소음을 낸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경찰관들이 출동한 상태였는데도 피해자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했다"면서 "피해자들이 느꼈을 고통과 충격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A씨측은 특수상해죄 적용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칼날이 조금만 비껴갔더라도 피해자 3명 모두 생명에 큰 위협이 될 뻔했다"면서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를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치명상을 입거나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 있다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3명 모두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B씨만 살해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 3명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해자는 1살 지능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서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B씨 남편은 재판부의 선고가 끝난 직후 법정에서 A씨를 향해 고함을 쳤다가 제지당했다. 그는 취재진에 "법원 판단이 제 생각과 다르고 형량이 아쉽다"면서도 "2심까지 간다면 (A씨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더 엄한 벌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부실 대응한 경찰관들에게서 전화 한 통도 없었다"면서 "전화를 하거나 찾아와서 '죄송하다'고 했으면 용서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사건 당시 빌라에 출동한 남녀 경찰관 2명은 부실 대응으로 해임됐으며 이후 경찰 수사를 받고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검찰에 송치됐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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