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에서 평창 도암댐을 이용한 강릉수력발전 재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천오염 문제로 방류·발전이 중단된 지 20년 만에 강릉시를 중심으로 재가동 논의가 시작되자 댐 하류인 정선군이 반발하는 등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건 강릉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달 30일 강릉수력발전소 재가동을 위한 공론화 협약을 체결하면서다. 당시 양측은 "가동이 중단된 강릉수력발전소와 관련해 도암댐 현황과 환경 변화, 기술 발전에 따른 수질오염 해결 능력 등을 논의하고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평창 도암댐과 강릉수력발전소는 1991년 준공됐다. 댐 방류수가 15.6㎞ 인공수로를 따라 강릉수력발전소로 흘러와 낙차를 이용해 발전하는 구조다. 하지만 댐 상류인 대관령 일대 고랭지 채소밭과 축산 농가 등에서 흙탕물과 폐수 등이 유입돼 강릉 남대천 오염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2001년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국무총리실 분쟁 조정으로 한수원이 수질개선을 시도했지만 목표 수질인 2급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강릉시와 한수원은 지난달 30일 강릉수력발전소 발전 재개 공론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렇게 20년이 지나 강릉시와 한수원이 방류·발전 재개를 위한 공론화에 착수한 것이다. 강릉시는 "지난해 12월 강릉시사회갈등조정위원회의 발전재개 공론화 권고에 따라 협의 장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20년 이상 장기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발전소 문제에 대해 전문가 의견과 시민 요구사항을 듣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수원도 각계 사회단체와 시민을 대상으로 도암댐 수질개선 사업, 남대천 건천화 현상 해결 방안 등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그러나 지역사회의 반감은 여전한 상태다. 최근 강릉경실련과 강릉시민행동, 강원영동생명의숲,시민환경센터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시민의견 수렴없는 야합이자 사기극"이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도암댐 발전·방류 중단은 강릉시민들의 자각과 저항운동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중립적이어야 할 강릉시는 한수원과 협약까지 체결하고 관변조직까지 동원하는 등 편파적이고 졸속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다시 시민 저항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도암댐 하류인 정선지역도 발끈하고 나섰다. 도암댐 하류는 정선 북평면 등의 취수원이다. 정선군은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됨에도 강릉시와 한수원이 사전협의도 없이 방류·발전 재개 절차를 밟고 있다며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선군 관계자는 "과거 국무조정실의 방류 재개 전제 조건은 수질 2등급 개선"이라며 "한수원 측은 약품(루미나이트)을 살포해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고 근본적인 해결책 또한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선군번영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강릉시와 한수원이 체결한 공론화 협약에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도암댐 하류지역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인 만큼 강력한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강원도가 갈등조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중재에 나서기로 했으나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의 입장차가 워낙 커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도암댐 문제가 오랜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 만큼 빠른 시일 내 결론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상생을 기반으로 관계 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속도감 있게 갈등을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