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유치원생과 교사, 강사 등 23명이 목숨을 잃은 이른바 '씨랜드 참사'가 일어났던 수련원 부지 옆 카페 주인이 당시 씨랜드 원장인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MBC '실화탐사대'는 26일 화성시 소재의 한 카페를 다뤘다. 이 카페는 내부에 야자수가 빼곡한 식물원 컨셉으로 누리꾼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다. 그런데 지난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씨랜드 참사를 재조명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카페에 대한 경고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식물원과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는 박모씨가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참사'가 일어났던 수련원의 원장이었다는 것이다.
씨랜드 참사는 지난 1999년 6월 30일 새벽 이 카페 옆에 있던 씨랜드 수련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로, 당시 이곳에 묵고 있던 550명 중 유치원생 19명과 인솔 교사 1명, 레크레이션 강사 3명까지 총 2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화재가 발생했던 건물 콘크리트 1층 위에는 컨테이너 52개를 쌓아 2~3층 객실을 만든 상태였다. 건축에 쓰였던 목재가 스티로폼 등 인화성, 유독성 물질로 감싸져 있어 화재에 취약했고, 화재경보기도 불량이었다. 참사 발생 후 씨랜드의 건축허가서와 설계도면이 모두 가짜인 것이 밝혀졌고, 박씨는 해당 사건으로 징역 5년형을 확정 받고 복역했다.
씨랜드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은 박씨가 카페를 운영한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당시 6살 딸을 잃었던 이상학씨는 "처음 가는 캠프라 즐거워서 잠도 안 자고 '내일이면 친구들하고 선생님하고 캠핑 간다'고 (좋아했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강아지 인형에 머리띠를 둘러주고 '엄마, 아빠 잘 돌봐달라'고 하고 떠났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갑에 품고 다니는 딸 사진을 공개하며 "지갑에 23년째 가지고 다닌다. 잊혀지지 않는다"라며 "무허가로 해서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죽은 사람들의 그 원혼이 무섭지도 않나"고 토로했다.
현재 인접한 곳에는 식물원 카페가 들어섰고, 참사 현장은 공터로 남았다. 주차 요원들은 참사 부지에 방문객들이 주차하도록 안내했다. 땅 주인은 화성시였지만, 참사 당시 씨랜드 대표였던 박씨가 무단 사용 중이었다.
다른 유족 역시 "미친 것 같다, 정말 불쾌하다"라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와서 그 땅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 말이 안 된다"고 분노했다.
카페에 방문했다가 '씨랜드 참사' 사건을 들은 한 손님은 "이 사람(박씨)은 5년 징역 살다왔다는 이유만으로 양심의 가책도 없이 다 사면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