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다름이 아니라 장례가 늦어져서 연차를 소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21일 오전 10시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눈가의 눈물자국이 채 가시지 않은 30대 회사원 A씨는 바닥만 바라보며 수화기를 잡았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이 들려왔다. A씨는 구두 끝으로 바닥만 긁을 뿐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화장장이 부족해지면서 A씨는 5일 이내로 화장을 할 수 없어 결국 경조 휴가에 더해 연차 휴가까지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코로나19 사망자가 연일 300명을 기록하면서 전국 화장 시설에 과부하가 걸렸다. 이는 장례식장과 화장장의 포화로 이어졌다.
서울시의 상황은 유독 심각하다. 시립승화원 및 서울추모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청 관계자는 "현재 시립승화원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울추모공원은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하루 15시간 가량의 업무와 화장로 2회 가동에도 포화 상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e-하늘장사시스템에 따르면, 14일 오후 2시 기준으로 5일 내 화장이 가능한 시설은 서울 0곳, 인천 1곳, 경기도 4곳이었다. 서울시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최소한 인천까지 이동해야 5일 안에 화장을 치를 수 있다는 말이다.
서울에 있는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체감상) 오미크론 사망자 폭증 이후 장례식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장례식장 자체가 포화라기 보다는 화장장에서 적체가 발생하여 장례가 지연되는 경우가 다수"라고 했다. 3일장 이후 빈소를 철수해도 화장 예약으로 시신을 안치할 곳이 없게 되자 시신이 바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유족들이 겪을 스트레스와 불편함 또한 만만치 않다. 이종우 을지대 장례지도학 교수는 이와 관련 "빈소가 거주지나 연고지보다 먼 곳에 위치하는 경우도 있어 불편함을 느끼시는 경우가 많다" 며 "또한 장례를 제 날짜에 치르지 못할 경우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도 존재한다. 3일장을 치르고 퇴실을 미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앙사고수습본부 측은 예상 범위 안쪽이라는 입장이다. 중수본 관계자는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장례식장 및 화장터 문제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3월 4일경에 이미 지자체에 공문을 통해 관련 화장로 가동시간 및 회차를 증대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3월 초만해도 하루 1044건 진행되던 화장이 현재 1400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가동할 수 있는 전국의 316개 화장로를 일 7회씩 가동하여 2212건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 한재혁 인턴기자 / 안채린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