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노숙인에 모욕감 안겨"
'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인권위 진정 제기
'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인권위 진정 제기
최근 서울역 지하철에는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란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붙었습니다. 이에 시민단체는 노숙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선동한다며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노숙자 인권지원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18일 노숙인들과 함께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숙인이라는 집단에 대한 편견과 증오를 강화하는 동시에,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모욕감과 낙인감을 주는 것"이라며 서울교통공사가 붙인 경고문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측이 붙였다는 경고문에는 "엘리베이터 내/외부 대소변 금지, 엘리베이터 내/외부에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 적발 시 CCTV 확인 후 고발조치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는 서울역 2번 출구에 붙은 경고문으로, 같은 내용이 엘리베이터 내부에도 붙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역 2번 출구 인근 벽면에 서울교통공사 측이 부착한 경고문이 붙었다 / 사진 = 홈리스행동 제공
이에 대해 단체 측은 "명백히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노숙인’이라는 사회집단에 대한 편견과 증오를 강화하는 동시에 서울역 홈리스에게 모욕감과 낙인감 등 정신적 고통을 안기는 전형적인 ‘형벌화’ 조치이기도 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홈리스행동은 지난해 10월 청량리역에 붙은 안내문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입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역사 내 TV 화면에 붙어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촬영된 시청역 안내문(왼), 지난해 10월 청량리 역에 붙은 안내문(오) / 사진 = 홈리스행동 제공
지난해 11월 촬영했다는 시청역 안내문에는 "역사 시설물 보호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방범문 설치로 인하여 야간(00:00~05:00) 역사 개방 통로를 11월 5일부터 폐쇄합니다. 이에 노숙을 전면 금하지 협조 부탁 드립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에 단체 측은 "홈리스 퇴거 종용 공지문"이라며 "방풍문 설치 이후 시청 내 거리 홈리스들은 주거대안 없이 퇴거 조치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경고문들이 노숙인의 인격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 홈리스행동 측의 입장입니다. 단체는 "최저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진 지난 12일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얇은 텐트에 의지해 잠을 자던 한 거리홈리스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안전한 잠자리를 확보하여 극단적인 주거권 침해 상태에 처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라는 요구에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이처럼 적절한 주거대안이 모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요 공공역사에서는 임의적인 강제퇴거 행위와 더불어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선동하는 조치들이 횡행하고 있다"며 "공공시설물에 접근하기 어려운 홈리스의 현실을 ‘혐오’로 덮어버렸다는 점에서 그 사안의 심각성이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수용할 임시시설이 부족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노숙인에 재택치료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한 교회에서 설치한 텐트들이 놓여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특히 "현재 서울역 홈리스가 심야에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이 관리하는 화장실은 단 한 곳 뿐으로, 그마저도 서울역 광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데다 관리상태 역시 극도로 좋치 않아 정상적인 이용이 어렵다"며 "이런 사정을 공공기관이 차별과 혐오로 가려버리는 것은 빈곤과 홈리스 상태를 개인이 통제 가능한 것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재생산하는 짓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대소변 냄새 관련 민원이 하루에도 5~10건씩 접수됐으며, CCTV를 확인해보면 노숙인일 경우가 많았다는 입장입니다. 홈리스행동의 문제 제기 이후 대소변 금지 경고문은 현재 모두 제거됐습니다.
단체 측은 노숙인의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출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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