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생명과학' 소송에 3080만원 쓴 평가원…"응시료로 조성"

집행정지에 880만원, 본안소송에 2,200만원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관련 재판에선 패소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소송에 대형로펌을 선임하면서 소송비용 3,080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해당 비용은 수능 응시 수수료가 포함된 수능 사업비에서 지출됐습니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평가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평가원은 이번 소송에서 법무법인 '지평'에 총 3,08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정답 결정을 보류하는 집행 정지 소송에 880만 원, 본안 소송에 2,200만 원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지출된 비용은 '수능 사업비'에서 나오는데, '수능 사업비'에는 교육부 특별 교부금 뿐만 아니라 수험생이 낸 응시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험생이 낸 돈으로 소송 비용을 충당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국가 공인 로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형 로펌을 선택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심지어 평가원은 이번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과 관련해 수험생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재판부는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명백한 오류가 있다"며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생명과학의 원리를 무시한 채 답을 고르라는 것과 다름없이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수험생들은 이의신청제도를 통해 오류를 알렸지만 평가원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평가원과 수험생들 사이 소송으로 번졌고 평가원은 불필요한 비용 3000여만 원을 쓰게 된 셈입니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브리핑실을 떠나며 인사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법원이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결국 평가원은 해당 문항에 대해 전원 정답 처분을 내렸습니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법원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전원 정답 처리 되면서 수능 최저 등급을 못 맞춰 수시 전형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생기는 등 대학 입시 현장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