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께서는 '안락사'까지도 생각해야 한대요.", "맹견이 달려오는데 위협적이었습니다."
전남 고흥의 공장 마당에서 한 남성이 개를 엽총으로 쏜 것을 두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견주 측은 사냥꾼이 진술을 자꾸 번복하고 있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냥꾼 측은 위협을 느껴 격발한 '정당방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3살된 셰퍼드를 총으로 쏜 사냥꾼을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견주의 손자라고 소개한 고2 청원인 A씨는 "며칠 전 할머니 댁에서 있을 수 없는 사건이 생겼다"며 "이제 3살된 어린 동물이 끔찍한 사고를 겪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오후 2시경 공장에서 25m가량 떨어진 곳에서 한 사냥꾼이 쓰는 엽산 총을 한 발 쐈다. 그 총은 한 발에 작은 총알 40~60개 정도의 총알이 발사되는 총이다"라며 "그 총은 반려견에게 겨눠졌고 반려견은 입 쪽을 맞아 지금 입의 절반 정도가 사라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 장소에는 반려견의 피로 가득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3살된 셰퍼드를 총으로 쏜 사냥군을 처벌해주세요' 청원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A씨는 "화가 난 제 가족은 경찰에 신고했고 사냥꾼에게 왜 총을 쐈냐고 물어보니 자신에게 위협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위협을 가했으면 정면을 바라보았다는 것인데 정면을 바라본 상태에서 총을 쏘면 (반려견의) 가슴 쪽에 박혀야 하는데 반려견은 오른쪽 입을 맞아 입의 살점이 날아가 없는 상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강아지는 절대 사람을 위협할 일이 없다. 그 주변에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산책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며 "다른 곳을 가지도 않고 공장에만 있는 아이가 사람에게 해를 가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라고 말했다.9일 견주 측이 제공한 반려견 수술 사진. [사진 = 견주 B씨]
9일 견주 B씨는 매경닷컴과 전화 통화에서 "(사냥꾼이) 1차 진술 때는 창고와 개를 쏜 위치가 25m정도 떨어진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50m 떨어진 것 같다고 바꿨다"며 "진술을 번복하는 걸 보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아지 때문에 가족들이 매일 운다"며 "의사 선생님께서는 최악의 경우 안락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같은 날 사냥꾼 C씨는 전화 통화에서 "창고 앞에 저수지에 있는 청둥오리를 사냥하러 가던 도중, 개 한마리가 풀어진 상태로 달려와 순간적으로 무서워서 총을 쏜 것"이라며 "정조준하지도 않았고, 애초에 개를 잡을 목적이었으면 더 강력한 총을 가져왔을 거다. 이날 가져온 총은 청둥오리 사냥용 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를 쏘고 나서 경찰에 신고했고, 견주를 찾아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며 "애초에 개를 풀어서 키운 견주 측도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50분 기준 해당 청원은 7500명 넘게 동의했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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