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는 기간동안 남의 땅에서 분묘를 관리해 왔다면 계속 묘지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분묘기지권'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관습법에 근거를 둔 분묘기지권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 대 2 다수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관습법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각하 결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도 나왔다.
헌재는 "사회 구성원 의식에 일부 변화가 생겼어도 여전히 매장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타인의 토지위에 분묘를 설치했어도 관습법에 따라 토지 사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분묘가 설치된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했다고 이장을 강제한다면 경제적 손실 차원을 넘어 정서적 애착관계와 저역적 유대감의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관습법 성립에는 국회의 관여가 전혀 없고,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또 "관습법이 사회 변화로 위헌적으로 변한 경우 (헌재가 아닌) 법원이 효력 상실을 확인할 권한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정문에 따르면 A씨는 1990년 4월 부천에 있는 토지를 증여받아 2014년 7월 이 땅에 있는 분묘의 연고자를 찾을 수 없다며 허가를 받아 묘지를 정리하고 유골을 화장했다. 같은해 9월 B씨는 1957년부터 묘지를 관리해와 분묘기지권을 갖고 있다며 주장하며 A씨에게 소송을 냈다. 법원은 2015년 11월 A씨가 158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17년 3월 대법원은 판결을 확정됐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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