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에 대법원이 5일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가운데 의붓아들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1·2심 재판에 이은 이날 무죄 판결로 뚜렷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지 않는 한 이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
고유정 의붓아들의 사망사건은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경 청주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고유정의 범행 내용을 뒷받침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없어 수사에 난항을 빚었다.
의붓아들이 강한 외력으로 숨을 쉬지 못해 사망했고, 고유정이 이 사건 4개월 전인 지난 2018년 11월 수면제를 처방받았으며, 유산한 아이에 대한 관심보다 의붓아들을 아끼는 남편의 태도에 적개심을 품게 됐다는 게 검찰 측 증거였다.
검찰은 또 고유정이 의붓아들 사망 책임을 남편의 잠버릇 탓으로 돌리는 한편 치매노인 베개 질식사 뉴스를 검색한 일이 있고, 사건 발생 직후 혈흔이 묻은 매트리스를 버린 것도 정황상 증거로 제시했다.
다만 이들은 정황증거와 간접증거일 뿐 직접증거로 효력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검찰 측 증거만으로는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동기가 부족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잠을 자던 남편의 신체에 의붓아들이 눌려 질식사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봤지만, 동시에 고유정의 범행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의붓아들 살해 사건과 관련해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를 이유로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부인이 드나든 흔적 없이 고유정과 남편, 의붓아들만 있던 집에서 외력에 의해 숨을 쉬지 못한 채 사망한 이가 생겼는데 살인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의심이 강력하게 들기는 하지만, 대법원 선고에 따라 이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며 "범죄를 입증할만한 직접증거가 나온다면 재심 신청이 가능하겠지만, 이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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