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대회의 논문·발명보고서 등을 대리작성해 준 서울지역 입시컨설팅 전문학원 관계자들과 이를 활용해 입상한 학생들이 경찰에 대거 적발됐다. 학원 관계자들은 대리작성 건당 최고 5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업무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시컨설팅 학원 원장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이 학원 관계자 17명과 학생 6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학부모들은 입건하지 않았는데 해당 법리상 범행을 주도한 것은 학생으로 제한된다는게 경찰의 설명이다.
40대 남성인 원장 A씨는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입시설명회 등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을 모집한 후 지정된 강사들로 하여금 논문, 독후감, 발명품 등 각종 대회의 제출물을 대신 작성·제작해 학생들에게 전달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학원 측은 출품작 대필·대작의 대가로 학생들에게 작품당 100만~560만원가량을 지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가담한 강사진에는 전문직 종사자, 대학원생 등이 포함됐다.
학원 수강생들은 이렇게 대리작성된 결과물을 스스로 창작한 것처럼 대회 주최측에 제출해 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대회 입상 결과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들은 수사 과정에서 해당 컨설팅이 불법인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학생들이 대리작성된 제출물임을 숨기려고 한 정황을 포착했다. 한 학부모는 강사 컴퓨터로 작성된 한글파일 제출물에 강사 이름이 저장돼 있어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대작과 대필을 의뢰하고 학원 관계자는 '학생이 읽어보고 학생의 표현으로 바꿔보라'고 해 타인의 창작물임을 숨기는 노력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입건된 학생들이 입학한 대학 측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은 "앞으로도 각종 입시·취업 등에 있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단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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