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백신접종과 사망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고령자·어린이 등 독감 고위험군은 접종을 계속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전체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 대전, 전북 등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자 보건당국은 의료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를 열었다.
정 청장은 "논의 결과 백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특정 백신에서 중증 이상 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6건의 사망 가운데 2건은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 약물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 분 혹은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으로, 예방접종으로 인한 중증 이상 반응 중 하나로 꼽힌다.
정 청장은 "사망자 2명의 경우,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나머지 신고 사례에 대해서도 부검 결과와 의무기록 조사 등 추가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장인 김중곤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재 갖고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직접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이 갖는 어떤 독성 물질이 원인이 됐을지, 사망한 이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숨진 점, 평소 앓고 있던 기저질환(지병) 과의 관계에 주목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김 교수는 "동일한 백신을 접종받은 많은 분들이 별다른 문제 없이 괜찮았다는 반응을 볼 때 (사망자들에게 접종된) 백신이 어떤 독성물질을 갖고 있다든가 하는 현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자체의 문제는 배제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고 급성기 과민 반응에 의한 사망 여부의 경우, (논의한) 6명 가운데 2명 제외하고는 관계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상온 유통 문제가 제기돼 조사하는 과정에서 2주 정도 걸리고 백신 제조과정 문제로 일부가 회수되는 등 백신 관련 사건이 생기면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 등을 취합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고 안전한 접종이 이뤄지도록 관리하겠다"며 "고령 어르신, 어린이, 임신부들은 독감에 감염됐을 때 합병증 등이 우려되므로 예방접종을 꼭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고득관 기자 kd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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