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기저질환이 없던 10대 고등학생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고 이틀 뒤 숨지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건 당국은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 관계가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상온 노출'이나 '백색 입자' 백신 사태까지 겹쳐 백신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천 지역의 17세 고등학생이 지난 14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했고 이틀 뒤인 16일 사망했습니다.
질병청은 이 학생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백신 안전한가요" 보건소·병원에 문의 이어져
인천시 미추홀구 한 이비인후과 의원 관계자는 오늘(20일) "무료 접종을 할 때 어떤 업체의 독감 백신을 쓰고 있는지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며 "아무래도 아이가 있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구 각 구청 보건소와 일부 병·의원에도 전날부터 독감 백신의 안전성을 묻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 수성구 한 병원 관계자는 "백신이 안전한지를 묻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다만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고교생 사망과 백신 접종 간 연결 고리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 대규모 접종 예약 취소나 연기 등의 혼란은 없는 상황입니다.
대전 지역 한 소아과 전문 병원 관계자는 "주로 중고등학생들이 예약을 하고 독감 백신을 맞으러 오는데 아직은 무더기로 예약을 취소하거나 오지 않는 상황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 "이미 맞혔는데…" 아이 둔 부모들 불안 확산
이미 아이들에게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을 마친 부모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 지역 한 맘카페에는 전날부터 '아이들 맞은 독감 백신은 괜찮은 거냐', '무료 접종 하신 분들 괜찮냐'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두 아이에게 독감 백신을 맞혔다는 한 부모는 "사망 뉴스를 보니 너무 무섭다"며 "아이들 건강을 위해 맞힌 건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걱정했습니다.
세종시에 사는 15살 김모 군은 "친구들 대부분이 추석 연휴를 전후로 해서 독감 백신을 맞았다"며 "인천에서 같은 또래 청소년이 숨졌다고 해서 백신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다들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사고 원인 발표 보고 접종 여부 결정"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접종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전에서 아들 2명을 키우는 47살 최모 씨는 코로나19 여파 이후 아이들에게 독감 백신을 꼭 맞히려 했지만 예방 접종 후 숨진 고교생 소식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최씨는 "동네 내과에서 접종하려고 주중 예약을 해 놨는데 일단 연기를 했다"며 "사고 원인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접종할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30살 이진모 씨는 "인과 관계가 불확실하다고는 하지만 어린 학생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한 뒤 이틀 만에 사망했다고 하니 불안하다"며 "상온 백신 문제도 있었고 해서 접종을 아예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고 토로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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