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시국에 지자체 국정감사를 꼭 해야 하는 겁니까?"
국내 한 광역단체 서기관급 공무원 A씨는 국감을 앞두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요구한 자료를 준비하느라 추석 연휴 기간에도 근무를 했다. 행안위가 이 지자체에 요구한 자료는 500여건. 지난 7월부터 자료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해 추석을 앞두고 자료 요청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A씨는 "코로나 재확산 여파로 지금도 현장 점검, 선별진료소 근무, 선별지원금 지급 등 코로나 방역 현장에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투입되고 있고, 태풍 피해 복구 작업도 산적해 있다"며 "국감을 하면 업무가 마비될 만큼 준비해야 하는데 이 시국에 국감을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코로나 방역 일선에 있는 지자체들이 업무 폭증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에다 태풍 피해 복구까지 지자체 업무가 산적한 가운데 국회가 코로나 이동 제한 지침에도 불구하고 지방 순회 국감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국회 행안위는 오는 15일 서울시를 시작으로 경기도(16일), 세종, 대전, 강원(19일), 경북, 충북(20일), 울산, 광주(22일), 제주(23일) 등 10개 시도 국감을 진행한다. 참석 인원은 예년보다 줄었다고 하지만 1,2반으로 나눠 진행하는 국감에는 각 반마다 국회의원 11명, 보좌관 11명, 사무보조직원 11명 등 모두 33명이 참석한다.
국감을 받는 지자체는 국감 1~2개월 전부터 국회의원들이 요청한 자료를 준비한다. 국감 자료 준비와 별개로 시·도청사 안에 국감장과 수행 인력 휴게실, 여성 의원실 등을 따로 마련한다. 올해는 코로나 시국에 열려 방역을 위한 칸막이도 따로 설치해야 한다. 국감이 열리기 전 예상 질문을 토대로 예행 연습을 하는 지자체도 있다.
지자체 국감이 열리는 날에는 해당 지역 경찰청 국감도 동시에 진행된다. 국회의원들은 지자체 국감이 끝나면 경찰청으로 이동해 국감을 진행하기 때문에 경찰청도 지자체와 같이 국감을 준비한다. 지방의 한 공무원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국감 준비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다. 국감이 끝나면 지방의회 행정감사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공무원노조 경기도청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국감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국민들에게는 추석 고향 방문도 자제하라고 권고하면서 지방정부에 대한 국감은 왜 고집하는지 의문"이라며 "집중 방역이 예상되는 시기에 국감 강행은 어떠한 정당성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행안위는 국감장 출입 인원을 50명 이내로 제한하는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국감을 치를 계획이다. 행안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한병도 의원실은 "지자체 국감을 두고 고민이 많았지만 여야 합의로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보좌진을 최소화하면서 국감을 치르기로 했다"며 "코로나 재확산 등 상황에 따라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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