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개개인의 유전이나 환경, 생활패턴 등을 고려해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정밀의학'을 위해선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융합해 헬스케어산업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새 학과를 만들게 됐다."
예성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3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내 '헬스케어융합학과' 신설 배경이다.
서울대학교가 'K-헬스케어' 육성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의술 중심으로 환자의 치료와 진료에 매달려왔던 서울대 의과계열에서 4차산업혁명에 발맞춰 의료IT산업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학과를 새롭게 만드는 등 체제를 정비한 것이다.
5일 서울대에 따르면 최근 열린 평의원회 제8차 본회의에서는 서울대에 의료기기산업학과와 헬스케어융합학과 그리고 임상간호학과의 신설안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고, 모두 원안대로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3개 학과는 2021학년도 1학기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운영에 들어가게 됐다.
먼저 의료기기산업학과는 의과대학 대학원에 생기게 된다. 석사과정과 석·박사통합과정을 모집하게 되며 정원은 석사과정 5명과 석·박통합과정 7명 등 총 12명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의과대학 안에 임상쪽을 담당하는 의학과와 기초의학을 다루는 의과학과가 있는데, 의학과에서 의료기기산업이 요즘 강조가 되기 때문에 해당 산업과 관련한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느껴 학과를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채용을 보장하는 계약학과를 만들어 교육과 실제 산업현장을 연결하려는 시도에도 나섰다. 특히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설립되는 헬스케어융합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2년간 선임연구원으로의 채용이 확정된다. 해당 학과는 박사과정생을 10명 모집한다. 예 원장은 해당 학과가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채용보장형 계약학과'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있던 계약학과는 협약을 맺은 기관 등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을 재교육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새롭게 채용까지 연결시켜주는 학과란 것이다.
헬스케어융합학과 신설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이다. 예 원장은 채용보장형 계약학과를 만들기 위해 서울대 내 학칙을 바꿔야 했고 이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전했다.
헬스케어융합학과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과 헬스케어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장소로 기능할 예정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헬스케어혁신파크(HIP)를 만들어 의료진과 연구진 사이의 협업과 융복합을 꾀하고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은 의료계와 바이오벤처 업계에선 한국 의료산업화의 미래를 보여주는 실험장으로 꼽히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헬스케어와 관련한 인프라가 구축돼 다른 병원보다 훨씬 더 유리한 조건에서의 연구 등이 가능해 좋은 협업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예 원장은 앞으로 인공지능 데이터를 활용한 분야와 바이오 헬스 분야 등 차세대 먹거리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되기 위해 향후 10년동안 대학원이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연구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그는 "헬스케어 의료시장이라는 새로운 의료계 패러다임에 맞추기 위해 학과 신설을 준비해왔는데, 마침 학사위원회와 평의원회에서 통과가 돼서 기쁘다"면서 "앞으로 과정을 잘 운영해서 이 분야를 통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이고 기대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간호대학의 대학원 내에 임상간호학과도 신설해 의료의 질에도 신경쓰기로 했다. 석사과정을 모집하며 15명 규모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상급실무 재교육을 위한 목적이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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