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에 재차 소환돼 조사 중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불거진 각종 불법 의혹과 관련해 그룹 미래전략실 등과 주고받은 지시·보고 내용 등을 캐묻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이 부회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 차례 검찰에 소환돼 17시간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첫 조사에서 이 부회장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시간의 조사를 마친 후 사흘 만에 이 부회장을 다시 부르며 막바지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산정됨에 따라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삼성은 합병비율을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로 맞추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린 의혹을 받는다.
삼성물산은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했으나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된 이후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조원의 규모인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결의 이후인 2015년 7월 말 공개했다.
2015년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년보다 최대 370% 급등했다. 국토교통부는 자체감사를 벌인 결과 외부의 압력 등이 개입했을 수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혐의 역시 경영권 승계작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검찰은 본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합병 이후 콜옵션을 1조8000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올렸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반영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데다 합병비율의 적절상 문제가 다시 제기될까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작년 9월부터는 분식회계의 동기가 된 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올해 들어서는 옛 미래전략실과 통합 삼성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을 수차례씩 불러 의사결정 경로를 살폈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의 법적 책임과 가담 정도를 따져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의 검찰 출석은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돼 조사받은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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