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일까지 이틀연속 50명이하로 줄어들며 점차 안정되고 있다. 이제 해외에서 유입되는 환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사태해결에 주요 열쇠가 되고 있다. 6일 신규 확진자 47명중에서도 해외에서 들어온 환자가 17명에 이르렀고 자가격리중인 4만6500여명중 78%도 해외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를 해소하려면 자가격리자 대상자가 철저하게 지침을 준수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무단 이탈 등으로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중인 사람이 75명에 이른다. 이중 6명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자가격리 이탈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되면 그로인한 사회적 피해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들이 방문한 식당·쇼핑센터 등은 영업을 중단해야 하고 그의 동선을 따라 소독하는데 엄청난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밀접 접촉자도 파악해 또 격리시켜야 한다.
지난 1일부터는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자가격리자가 곧 10만명에 육박하게 된다. 이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격리상태를 확인하거나 이들의 가정을 불시에 방문해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외출하는 사람을 효과적으로 걸러낼 방법이 없고 이들을 일일이 관리하려면 행정력 소모가 너무 커진다.
정부는 보다 효과적인 자가격리 관리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결과 논의되고 있는 것이 자가격리자에게 '전자 손목밴드(전자 팔찌)'를 채우는 방안이다. 손목밴드는 자가격리앱이 깔린 휴대폰에서 20m 이상 떨어지면 경보음을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자가격리자가 휴대폰을 격리장소에 놓고 외출하면 이번에는 손목밴드에서 경보음이 울리는 것이다.
문제는 인권침해 논란이다. '전자 팔찌'라고 부르면 가장 먼저 성범죄자에게 채우는 '전자 발찌'가 연상된다. "우리가 범죄자냐"라는 반발이 생긴다. 범죄자가 아닌 일반 국민에게 반강제로 손목밴드를 채울 법률적 근거가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자가격리용 손목밴드를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별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메디컬 밴드'라는 친근한 용어를 사용해 심리적 거부감을 줄이자는 주장도 있다. '서로의 건강을 지키는 밴드'라는 이미지를 정착시킨다면 인권침해 논란도 비켜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언이다. 또 전병률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낙인 효과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보고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자가격리자들은 집에 홀로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손목밴드로 인한 인권 침해 소지는 적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홍콩은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위치확인용 손목밴드를 도입했고 대만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휴대전화 위치정보 프로그램을 적용하지 않던 유럽 나라들도 최근에는 속속 태도를 바꾸고 있다. "인권침해라는 망상을 버리고 한국식 방역시스템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자성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이달 2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발동하면서 이동량 확인을 위해 '데이타코비드'(DataCovid)라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탈리아도 한국 방식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추적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했고 프랑스에서도 그런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메디컬 밴드'를 인권 침해라고 고집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자가격리자 본인과 가족은 물론 우리 사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건강보호 장치이자 약속'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최경선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