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모임을 한 일가족 등 9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도 동해시 펜션 가스폭발 참사가 사실상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해당 펜션은 다가구 주택을 개조해 펜션신고를 하지 않은 무등록 숙박업소인데다 불과 두달전 소방점검에서 업주가 내부점검을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동해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설날인 지난 25일 오후 7시46분께 동해시 묵호진동 까막바위 인근 한 펜션 2층 객실에서 두차례 '펑'하는 소리와 함께 화염이 치솟았다. 이 사고로 객실에 있던 부부와 자매 등 일가족 투숙객 7명 중 여성 3명과 남성 2명 등 총 5명이 숨지고,나머지 중상자 2명은 전신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1층 횟집에 있던 2명도 부상을 입고 치료중이다.
사고가 난 펜션은 1968년 냉동공장으로 준공된 뒤 1999년 건물 2층 일부를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변경했고, 2011년부터 8개 객실을 갖추고 펜션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동해시에 펜션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무등록 숙박업소였다. 특히 지난해 11월 4일 소방당국이 해당 펜션에 대해 '화재 안전 특별조사'를 벌이면서 이 건물 2층 다가구주택 부분이 펜션용도로 불법 사용되는 것을 확인하고 내부점검을 하려했으나 건물주가 거부하면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지난해 12월 9일 동해시에 이같은 위반 사항을 통보했다. 동해시는 불법 구조 변경 부분 등에 대해 올해 시정조치에 나설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업주의 불법영업으로 건축 위생 소방 관련 점검에서 사각지대에 놓였고 내부점검마저도 거부하면서 이같은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지자체가 발빠른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한몫을 한 셈이다.
사고를 조사중인 합동감식반은 LP가스 유출과 휴대용 가스버너의 연이은 폭발로 추정하고 있다. 합동 감식반은 당시 사고가 1~2분 간격으로 두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주목하고 LP(액화석유)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에 이은 휴대용 가스버너가 차례로 폭발했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또 사고난 객실의 조리용 연료 시설은 LP 가스레인지에서 최근 인덕션으로 교체됐으나 인덕션으로 교체된 객실에 LP가스 배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인덕션 교체하는 과정에서 LP가스 배관 마감처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사고가 난 다가구주택 건물주가 정식으로 펜션 영업을 등록하지 않고 불법 영업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동해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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