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인 정희도 대검찰청 감찰2과장(54·사법연수원 31기)이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추 장관 인사에 대한 일선 검찰 간부의 첫번째 공개 비판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과장은 이달 하순 단행될 검찰 중간 간부 인사의 대상자라는 점에서 "인사 불이익이 우려되는데도 현직 간부가 작심하고 소신 발언을 했다"는 평가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법무부와 검찰 모두 발언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정 과장은 검찰 내부통신망에 '법무부장관님께'라는 글을 통해 "이번 인사는 특정 사건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불공정한 인사는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시계바늘을 되돌려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추 장관이 조국 일가 비리,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대검 간부들을 교체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이어 "장관이 말하는 검찰개혁은 '특정 세력에게만 충성'하게 만드는 가짜 검찰개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인사를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60·23기)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과장은 "검찰인사위원회 심의를 30분 앞둔 시점에 의견을 제시하라고 하는 것과 인사안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견을 말하는 것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것'에 해당하느냐"고 꼬집었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이 '검사 임명·보직은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고, 장관은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비직제 수사조직 사전 승인에는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 10일 추 장관은 "특별수사단·수사팀를 설치하려면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대검에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자칫 잘못하면 현 정권이 싫어하는 수사는 못하겠다는 지시로 읽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관련 심의기구를 만들어 3분의2 동의를 얻어야만 불승인을 할 수 있다는 견제 장치를 도입해 달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정 과장 의견에 동의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철완 부산고검 검사(48·27기)는 댓글을 통해 "민주적 통제라는게 수사 개시·진행·종결에 장관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권한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민주적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고민해 달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58·23기)은 이날 취임식에서 당정청이 강조한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언급했다. 그는 이날 취임식에서 "인권 보호를 위해선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추 장관도 지난 10일 검사장 보직변경 신고식에서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절제된 권한 행사를 하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이 지검장은 검찰개혁에 대해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소통함으로써 국민 요구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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