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새 학기부터 중·고등학생들이 바뀐 역사 교과서로 공부하게 됩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를 폐지한 이후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을 손질해 새로 만든 교과서가 현 정부 출범 3년 만에 도입됩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새 역사 교과서의 가장 큰 변화는 중학교 때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근대사 위주로, 고등학교 때는 개항기 이후 현재까지 근현대사 위주로 배우는 것입니다.
올해 새로 도입되는 중학교 '역사' 교과서 6종은 전근대사가 80%, 근현대사가 20%로 구성돼 있습니다. 반대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은 전근대사 27%, 근현대사 73%로 이뤄졌습니다.
기존의 역사·한국사 교과서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비중이 반반에 가까웠습니다. 학생들이 중학교 때 배운 내용을 고교에 올라가서 반복 학습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학생들은 중학교 때 전근대사 위주로 전반적인 역사 지식의 토대를 다지고, 고등학교 때 근현대사 위주로 큼직한 정치·사회 변화상을 배우게 됩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미래엔 출판사를 예로 들면,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1∼5단원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내용이고 6단원만 근현대사를 짧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반면 이 출판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1단원만 전근대사 내용이고 2∼4단원은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교과서에 담긴 세부 학습요소의 양은 기존 교육과정 대비 20%가량 축소됐습니다.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높이고 교사가 학생들의 창의적인 학습을 끌어내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과거 논란이 됐던 국가 정체성에 관한 내용은 기존 교과서보다 분명한 표현으로 기술됐습니다.
6·25 전쟁은 북한의 남한 침략(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라는 점이 명확히 담겼습니다. 한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북한은 '북한 정권 수립'으로 표현이 통일됐습니다.
민주주의 표현에 대해서는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제시하면서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중에서는 집필진이 표현을 고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제의 물자 수탈, 강제징용 및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등 일제 침탈사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역사 왜곡은 분량과 내용의 폭이 확대됐습니다.
고등학교 교과서 8종 모두 일제의 강제동원과 독도를 각각 특집 페이지로 다루고, 학생들에게 참여 활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일본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소개하는 교과서(비상교육), 수요시위에 참석한다고 생각하고 손팻말에 쓸 문구를 작성해 보자고 제시하는 교과서(미래엔) 등이 눈에 띄는 내용들 입니다.
그동안 공교육에서 소홀히 다룬다는 지적이 많았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내용은 대폭 늘어났습니다.
대한민국애국부인회를 창립한 김마리아와 황에스더(미래엔), 여성 독립군 오광심(천재교육), 여성 독립군이자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인 권기옥(해냄에듀) 등 더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학생들이 배우게 됐습니다.
올해 도입되는 역사·한국사 교과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만들어진 첫 역사 교과서입니다.
중·고교의 다른 과목에는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2018년부터 새 교과서가 도입됐는데, 역사 교과서는 국정화 시도 혼란에 따른 후폭풍으로 2년 늦어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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