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기부 문화 확산에 일조했던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이 도난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와 경찰에 따르면 오늘(30일) 오전 10시 3분쯤 ‘주민센터 인근 (천사공원 안의) 희망을 주는 나무 밑에 기부금을 놨으니 확인해보라’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말이면 주민센터 근처에 성금을 두고 갔습니다. 그런 만큼 주민센터 직원들은 기쁜 마음으로 나무 밑을 샅샅이 찾았는데 성금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얼굴 없는 천사는 1~2분 뒤 다시 전화를 해와 “성금을 찾았느냐. 못 찾을리가 없다”고 물었지만 성금은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도난에 무게가 실리면서 노송동주민센터 측은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경찰에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고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일단 주민센터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며 용의자를 쫓고 있습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이전부터 주민센터 부근에 주차된 것으로 보고 얼굴 없는 천사가 세밑 기부를 노린 계획범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은 그동안 전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소년소녀가장과 조손 가정 등 노송동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여왔습니다. 아울러 노송동의 초·중·고교에서 10여명의 '천사 장학생'을 선발, 대학 졸업 때까지 장학금도 지급해왔습니다.
매년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지켜본 전주 시민들은 허탈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36살 조윤 씨는 "매년 빼놓지 않고 선행을 해 온 사람의 돈을 이렇게 훔쳐 갈 수 있느냐"며 "처벌은 물론이고 얼굴 없는 천사 선행의 의미를 퇴색시킨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민 42살 백종철 씨는 "훔쳐 갈 것이 없어 어려운 계층을 위해 쓰여온 이 돈까지 손대다니"라며 "절도범은 소외된 이웃의 희망까지 훔쳐 간 셈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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