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실패 후 가족의 피해를 줄이려고 재산을 나눠 주고 이혼한 후 16년간 노숙 생활을 하던 60대가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 며칠 만에 숨졌다.
그의 임종은 노숙인 거리상담원과 간호사가 지켰다. 가족은 그 자리에 없었다.
끝까지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7일 노숙인 지원시설인 서울시립 브릿지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1956년생 이모씨가 11월 16일 이 시설에서 숨을 거뒀다.
2003년부토 노숙을 시작한 이씨는 사업실패의 피해가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이혼하면서 전처와 자식들에게 전재산을 양도하고 억대의 채무는 본인이 떠안았다. 그리고 나서도 한동안은 아이들의 양육비와 학비를 벌어야 했다.
그는 건설일용직 노동자, 환경미화원, 공공일자리, 고시원 총무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거리 생활을 벗어나기는 어려웠고 견디기 힘든 상황이면 노숙인 시설의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10년을 지낸 그는 지난달 초에 대장암 말기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는 적십자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며칠 만에 무단으로 퇴원, 다시 노숙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틀만에 동대문 부근 한 공중전화 부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브릿지종합지원센터로 실려 왔다.
검진을 받은 그는 암담한 결과를 받았다. 대장암과 담관폐색 뿐 아니라 위암, 신부전 등 다른 질환까지 발견된 것이다.
수명은 불과 열흘 남짓.
센터는 이씨의 마지막 가는 길이나마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려 했으니 긴 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이씨는 지난달 15일 다시 시설로 돌아왔고 휴대용 산소캔과 수액 등에 의지해 연명하다가 다음 날인 16일, 64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그의 시신은 한 민간병원에 안치됐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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