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무마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검찰 수사망이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비위 혐의 당사자로 청와대 감찰 대상에서 석연치 않게 제외됐다는 의혹을 받는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조 전 장관이 오늘(21일) 동시에 검찰에 소환되자 조 전 장관 수사가 사실상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2차 피의자 신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의 검찰 출석은 일주일 만입니다.
검찰은 부인 정경심(57) 교수의 사모펀드·입시비리 의혹에 연루된 정황을 살피는 한편 조 전 장관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딸 조모(28)씨가 2016∼2018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받은 장학금 1천200만원, 정 교수가 차명 주식투자로 올린 부당이득 2억8천83만원 등이 대상입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최소한 공직자윤리법상 직접투자금지·재산허위신고 혐의를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자녀의 서울대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발급에 관여했을 경우 허위공문서작성 또는 사문서위조 혐의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를 얼마나 정교하게 입증하는지에 달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부인의 주식투자에 따른 부당이익 또는 딸의 장학금을 조 전 장관이 받은 뇌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립니다.
부인이 미공개 정보를 얻어 주식투자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청와대 민정수석 직무를 이용해 딸의 지도교수였던 노환중(60) 부산의료원장의 뒤를 봐준 정황이 드러나야 뇌물죄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검찰은 당초 10월 중에 수사를 끝낸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로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감안하면 수사가 다음 달에나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 계획보다 한 달 이상 지체되는 셈입니다.
정 교수의 건강문제로 소환조사 기간이 길어지는 등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다만 첫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조 전 장관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곧바로 밝히는가 하면, 2차 조사를 일주일 뒤로 잡는 등 신속한 마무리에 대한 부담감은 수사 초반보다 덜한 듯한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감찰무마 의혹을 맡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가 서로 보폭을 조정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합니다.
감찰무마 의혹에 대한 고발장은 올해 2월 접수됐습니다. 8개월 넘게 잠잠하던 수사는 지난달 31일 대보건설 등 유 부시장과 유착 의혹이 제기된 업체들을 압수수색한 이후부터 눈에 띄게 잰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3주 만에 비위 의혹의 당사자인 유 부시장이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사건의 본류에 해당하는 옛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의 직권남용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는 분위기입니다.
검찰은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유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이 어느 선에서 어떻게 결정됐는지 확인하는 순서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도 수사망을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전 장관이 유 부시장의 비위 혐의를 구체적으로 보고받고도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정황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의혹이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와 직결된 범죄인 만큼 신병처리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 수뇌부가 양쪽 수사상황을 검토하면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시기 등을 면밀히 조율해 지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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